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2955장

“저 검은 악명이 자자해요!” 안연철의 쉰 목소리가 목구멍에서 터져 나왔다. “무고한 이들의 피로 물든 흉검이에요!” 그러나 이천후는 전혀 예상 밖의 반응을 보였고 담담함을 넘어서 오히려 느긋하기까지 했다. 옷깃 위 실상 존재하지도 않는 먼지를 털어내듯 가볍게 손을 스친 그는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뒤편에 있던 폭발의 여파조차 피해간 돌의자에 천천히 앉았다. 그리고는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찻잔에 스스로 차를 따라 한 모금 마셨다. “조용히 지켜보자고.” 그는 그렇게 말하며 찻잔을 입가에 대었고 그의 시선은 전장을 향했다. 태고의 흉수가 노려보는 듯한 무시무시한 살기의 중심에서 김치형은 마치 화산처럼 잠잠히 끓어오르고 있었다. 이천후의 여유는 맹목적인 자신감이 아니었다. 김치형은 신염산의 젊은 세대 중 누구보다도 뛰어난 괴재였고 재능도 내공도 상상 그 이상이었다. 비록 눈앞의 저 살신 성녀에게 일방적으로 밀릴지는 몰라도 그렇게 간단히 베어질 인물은 아니었다. 더구나 이천후가 바로 이 자리에 있는 한 상황이 잘못 돌아가면 그는 주저 없이 개입할 각오였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그는 그저 찻잔을 들어올리며 눈앞의 전장을 지켜볼 뿐이었다. “애송아!” 만절 성녀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공간을 찢었다. 그녀는 찬란히 타오르는 대일건곤검을 손에 쥔 채 온몸에 칼날 같은 검기를 둘러 전장을 장악한 신녀의 형상이었다. 그 자태는 마치 구천 위에서 내려온 검선, 그 누구도 가까이할 수 없는 절대의 존재였다. “마지막 기회를 주마. 당장 비켜. 아니면 너란 존재 자체를 형체도 영혼도 이 세계에서 완전히 소멸시켜 주마!” 그러나 김치형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오히려 검기와 위압이 소용돌이치는 그 중심으로 한 발 내디뎠다. 우뚝 솟은 산처럼 당당하고 깊은 바다처럼 흔들림 없는 기세였다. “안연철은 너를 보고 싶어 하지 않아.” 김치형의 눈빛은 결연하고 단호했다. “그러니 돌아가.” “고집스럽군. 그럼 우주를 쓸어버릴 일격을 맛보도록 해!” 만절 성녀의 눈에서 마지막 남은 온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