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82장
“그래서 제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결국은 이천후 대사님께 대한 지극한 경외심이 앞서 미친 짓인 줄 알면서도 끝내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습니다!”
황보재혁은 침을 꿀꺽 삼키며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나중에야 어떤 분께서 조용히 허락과 지지를 보내 주시자 그제야 감히 이 어리석은 짓을 벌인 겁니다.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죽어 마땅한 놈입니다! 바라건대 이천후 대사님께서 제가 그저 종범이자 꾐에 빠진 자였다는 점을 감안하시어 한 번만 목숨을 살려주십시오!”
그는 ‘어떤 분’이라는 말을 유독 힘주어 내뱉은 뒤 잽싸게 고개를 떨구며 교묘하게 모든 책임의 화살을 그 불분명한 존재에게로 돌렸다.
하지만 이 말을 들은 이천후는 화를 내기는커녕 마치 절묘한 농담을 들은 듯 미묘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의 눈빛에 흥미가 어린 장난기까지 살짝 스쳤다.
‘이놈, 말발 하나는 제법이군. 더구나 어정쩡한 진심을 섞은 교활함이 있어.’
만약 황보재혁이 변명이나 거짓말로 얼버무렸다면 벌써 칼날을 맞고도 남았을 터였다. 하지만 이런 반쯤은 진심인 듯한 솔직한 책임 회피가 오히려 재미를 자아냈다.
“오호?”
이천후는 일부러 말을 길게 끌며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그렇게 대단한 인물이 네 뒤를 봐줬다? 듣고 싶군. 대체 어떤 고위 인물이 그 귀한 눈으로 널 돈줄로서의 가능성을 알아봤단 말이지?”
황보재혁의 눈빛은 그 순간 더더욱 흔들렸다. 그는 바싹 마른 입술을 핥고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목소리를 낮췄다.
“이 부분은... 아무리 해도 제가 직접 밝힐 수는 없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하지만 이천후 대사님의 지혜라면 이미 마음속으로 답을 짐작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리고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빠르게 말을 덧붙였다.
“그분과의 약속은 어디까지나 철저한 5:5 분배였고 절차도 깔끔했습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변에서 이 사기극에 당해 큰 피해를 입은 한 수련자가 분을 이기지 못하고 소리쳤다.
“누구긴 누구겠습니까! 이천후 대사님, 분명 대요 황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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