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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1장

이천후의 손에 들려 있던 황보재혁은 이미 혈기가 싹 가신 얼굴로 간담이 모두 찢겨나간 듯한 몰골이었다. 그는 온몸의 기운을 다 끌어모아 덜덜 떨리는 이 사이로 간신히 몇 마디 울먹이는 음절을 짜냈다. “이천후 대사님, 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만 주세요!” 쿵. 황보재혁은 이천후의 손에서 그대로 거칠게 땅바닥에 내팽개쳐졌다. 단단한 대지에 몸이 부딪히며 먼지가 날렸고 그 꼴은 한없이 비참했다. 그는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보려 했지만 뼛속 깊이 새겨진 공포가 사지를 마비시켰고 가까스로 상반신만을 가누며 이천후를 향해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 시선 너머로 보이는 존재 이천후, 이름만으로도 천둥 같은 울림을 주던 그자를 지금 이렇게 눈앞에서 마주하고 나니 단순한 위압이 아닌 살의와 죽음의 무게로 가슴을 짓눌렀다. 황보재혁은 당당한 성자의 위상을 지닌 자였고 평소엔 바람을 부르고 비를 내리는 듯 위세를 떨치던 인물이었으나 지금 이천후 앞에서는 도살장에 끌려온 병아리나 다름없었다. 저항은커녕 저항을 생각할 여지도 없었다. “살... 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 달라고?” 이천후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단했다. “네 놈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는 알고는 있어?” 차디찬 물음에 황보재혁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고 이를 딱딱 부딪치며 울먹이듯 외쳤다. “압니다! 저는 죽어 마땅합니다! 감히 황촌의 명의를 팔아 온갖 수련자들에게 사기 행각을 벌이며 선정을 갈취했으니, 제가 잘못했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습니다!” “죽을 죄임을 알고도 감히 그렇게 대담하게 날뛰었단 말이야?” 이천후의 눈빛이 그 순간 날카로운 칼날처럼 번뜩였다. “그 말은 네놈이 그냥 오래 살아서 지루했단 뜻이야? 아니면 혼백이 산산조각 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건가?” 살기마저 실체를 가진 듯한 그의 시선이 스쳐가자 황보재혁은 마치 혼이 육신을 벗어난 듯 허공에 꺾여나갈 것만 같은 압박감에 휩싸였다. 그는 기겁하며 머리를 치켜들고 급히 변명했다. “아닙니다! 제 말을 믿어 주십시오! 저희 가문은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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