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94장
“오해라고요?”
이천후가 낮게 웃었다.
“서민국 씨, 속 시원히 말할게요. 내가 이렇게 직접 찾아왔는데도 계속 귀먹은 척 모르는 척할 생각입니까? 그건 대요 황자라는 그쪽의 체면을 스스로 짓밟는 짓일 텐데요?”
“귀먹은 척이요?”
서민국이 싸늘하게 웃었다.
“제가 무슨 일을 하든 그쪽한테 설명할 이유는 없어요. 내가 빚이 없다고 하면 없는 거예요! 공연히 말도 안 되는 억지 부리지 마요!”
“빚이 없다고요? 좋습니다.”
쿵.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천후가 꾹 눌러 참아왔던 분노가 폭발했고 그는 눈앞의 백옥 석탁을 번개처럼 내려쳤다.
쾅. 크악.
단단하기로 이름난 백옥석이 단 한 번의 충격에 산산이 부서져 흰 가루가 되어 사방에 흩날렸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그의 몸속 깊은 곳에서 솟아오른 거칠고 무지막지한 기세가 마치 실체를 가진 용오름 폭풍처럼 하늘로 치솟았다.
우르르릉...
정교하게 세워진 백옥 정자가 그 기세에 직격당하자 종이로 엮어 놓은 듯 무력하게 무너졌다. 유리 기와가 날아가고 조각한 빔과 기둥, 옥석 난간이 차례로 뿌리째 뜯겨 폭풍에 휘말려 하늘로 솟구쳤다가 허공에서 사방으로 터져 나가며 날카로운 파공음을 내며 빗발치듯 연못과 화단으로 떨어졌다.
“서민국, 네가 그깟 말 몇 마디를 얼버무려 나 이천후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네 눈은 장식이었단 말밖에 안 나와!”
콰르르릉...
기세의 정면에 있던 서민국과 서현지는 순식간에 기혈이 뒤집히며 몸이 제멋대로 밀려났다. 서민국의 검은 용포가 거센 바람에 펄럭이며 찢어질 듯 울부짖었고 머리를 묶은 옥관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몇 가닥 머리카락이 이마로 흘러내렸다.
서현지의 작은 얼굴은 눈 깜짝할 새 새하얗게 질렸고 왜소한 몸이 바람에 날려 쓰러질 듯 흔들렸다.
“이천후, 너!”
서민국은 간신히 중심을 잡으며 얼굴빛이 검푸르게 변해 분노를 토했다.
“설마 시비를 걸러 온 거냐?”
“시비?”
이천후가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쿵.
그 한 걸음은 마치 태고의 거대 코끼리가 땅을 밟은 듯 압도적인 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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