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93장
대요 황자 서민국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여전히 구름과 안개 속에 금실로 용을 수놓은 현색의 화려한 망포를 걸치고 있었고 그 용의 형상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은은히 드러났다 사라지며 위엄을 더했다.
호랑이처럼 위엄 있는 발걸음과 곧게 뻗은 허리, 타고난 귀족의 기품과 오만함이 그의 눈썹과 눈매에 자연스럽게 배어 있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더 시선을 끄는 건 그 옆을 따르는 한 명의 검소한 그림자였다. 그녀는 나이로 보아 열다섯이나 열여섯 즈음 된 작은 비구니였다. 키는 아담하고 몸매는 가냘프며 헐렁하고 투박한 회색 승복이 오히려 그 앳된 체구를 한층 여리게 보이게 했다.
그녀는 머리 위로 작은 승관을 쓰고 있었는데 그 챙 아래로 드러난 얼굴은 마치 도자기 인형처럼 섬세하고 완벽했다. 눈매 아래 고운 피부는 서리마저 무색하게 할 정도로 희고 고왔으며 모공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속눈썹은 나비 날개처럼 길고 촘촘하게 드리워져 있었고 콧날은 작고 곧게 뻗었으며 입술은 연한 벚꽃빛이 감돌았다. 그 모습은 세속의 때가 전혀 닿지 않은 듯 순결했고 마치 잘못 세상에 내려온 작은 요정처럼 보였다.
이 황실 남매의 사이는 남다르게 각별하여 거의 그림자처럼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이전에 서민국이 천기 석방에서 금을 쏟아부을 때도 그의 곁에는 바로 이 어린 비구니가 있었다.
“하하하, 재혁아! 요즘 바쁜 와중에도 하루 종일 정석을 긁어모으느라 손이 쑤실 텐데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아직 정원에 들어서기도 전에 서민국의 호탕한 웃음이 안개 사이로 먼저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는 정자 앞까지 성큼성큼 다가와 황보재혁을 지나 석등에 앉아 있는 이천후의 모습을 보는 순간 그 웃음은 칼날로 베인 듯 뚝 끊겼다.
단 한눈에 그를 알아본 서민국의 머릿속엔 수많은 생각이 번개처럼 스쳤다.
‘황보재혁이 왜 저 사람을 데려왔지? 설마 하던 일이 들통났나? 아니면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가...’
그는 끓어오르는 심정을 억누르며 애써 표정을 다잡고 억지 웃음을 지은 채 두 손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