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99장
“이제.”
이천후의 목소리가 쥐 죽은 듯한 정적을 깨뜨렸는데 그 차분함이 오히려 소름 끼치도록 차갑게 느껴졌다.
“이제 제대로 선택할 수 있겠어?”
“너무 강해...”
어린 비구니의 입에서 희미한 속삭임이 새어 나왔다. 원래는 경멸로 가득했던 그녀의 눈동자는 이제 공포로 가득 차 있었고 멍하니 폐허 속에서 마신과도 같은 이천후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현지뿐만 아니라 남은 요룡위들, 그리고 대요 황자까지 모두가 머리끝까지 저릿한 한기를 느꼈다.
이천후는 피와 폐허 위에 우뚝 서 있었다. 그의 주변은 끔찍한 기운으로 가득했고 푸른빛 금색의 강기는 거둬들여지지 않은 채 마치 되살아난 고대 청룡 수십 마리가 그를 둘러싸고 포효하며 맴도는 듯했다.
각각의 강기는 산맥처럼 굵고 오래되고 신비로운 나무결 무늬를 감고 있었으며 만물을 억누르는 태고의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 목황이 현세에 내려온 것이다.
세계수 파편을 연마한 이후 이천후의 목황 강기는 공포스러운 경지에 이르렀다. 그 위력은 오색룡 강기마저 능가했고 복잡한 신통이나 보법을 쓰지 않고도 이 강기만으로 세상의 대부분 장애물을 부숴버릴 수 있었다.
쿵. 쿵. 쿵.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정적을 깨뜨렸고 이천후가 움직였다.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대요 황자 일행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고 그 발걸음은 산이 움직이는 듯 묵직했으며 떨어지는 한 걸음 한 걸음마다 마치 모두의 심장을 밟는 듯한 무게감을 자아냈다.
쿵쿵쿵쿵...
이때 갑자기 이천후가 발걸음을 재촉했고 느릿느릿 걷던 걸음이 빠른 질주로 변하면서 번개와 같은 기세로 성큼성큼 내달렸다. 그의 몸놀림은 용이 하늘로 치솟고 호랑이가 뛰노는 듯했고 신마가 강림한 듯한 기백이 가득했으며 무자비하고 압도적인 그 위세는 실체화된 쓰나미처럼 앞으로 밀려들었다.
쾅.
숨막히는 공포가 완전히 폭발했다. 이천후는 혼자였지만 상대의 숫자가 수십에 달했음에도 그 몰아치는 위압감 앞에 남은 요룡위들은 본능적으로 뒤로 휘청이며 물러섰다.
“가만히 있어! 저놈을 무서워할 게 뭐냐? 상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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