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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4장

서하거리 위로 드리운 그 법지의 허상은 하늘을 가리고 해를 덮어 거리뿐만 아니라 그 너머의 하늘까지 장엄하고 성스러운 금빛으로 물들였다. 그것은 감히 더럽힐 수 없는 위엄을 뿜어내며 마치 고대의 신명이 손수 쓴 성령의 서약처럼 세상을 압도했다. 법지 위로는 고대의 부문이 줄기처럼 흘러가며 살아 숨 쉬듯 빛을 토했고 그 한 획 한 획 속에는 형언할 수 없는 법칙의 힘이 담겨 있었다. 그 힘은 만물을 거느리고 하늘과 땅을 명하는 절대적이며 거스를 수 없는 의지였다. 그 순간 마치 태고의 심연에서 울려 나오는 듯한 장대한 도음이 천공을 가득 채웠다. 수억의 신마가 일제히 경문을 낭송하는 듯한 울림이 구름 위로 파도처럼 번져나가 서하거리에서 비선성의 끝자락에 이르기까지 셀 수 없는 생명들이 그 소리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들의 심장은 알 수 없는 전율에 붙잡혀 요동쳤고 가슴 속 깊은 곳이 거세게 흔들렸다. 천공 위 열여섯 조각 남짓한 깨진 파편을 억지로 이어 붙인 법지의 허상은 거미줄처럼 얽힌 균열로 가득했고 당장이라도 부서져 산산이 흩어질 듯 위태로웠다. 하지만 그 위에서 번져 나오는 고대 인황의 기운이라 부를 수밖에 없는 압도적인 위세는 이미 하늘과 땅의 빛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쿠르르릉... 이때 형체 없는 압박이 마치 파도처럼 밀려와 천지를 덮쳤다. 보이지 않는 그 힘은 바다를 가르는 해일처럼 무겁고 잔혹했으며 주변의 모든 존재들이 그 아래에서 몸을 떨었다. 이 압력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다음 순간 자신이 가루가 되어 사라질 것을 예감케 했다. 그 한가운데 이천후의 등이 처음으로 묵직하게 굽어졌고 발밑의 마루가 소리 한 번 없이 가루로 흩어졌다. 그의 얼굴은 끝내 흔들림 없는 평온을 유지했으나 그 이목에는 처음으로 무게가 실렸다. 이 힘은 육신만 짓누르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시공을 뚫고 들어와 그의 혼 깊숙한 곳에 낙인을 찍듯 박혔다. 생명 그 자체를 겨누는 위압감이 목황강기마저 요동치게 만들며 낮게 울부짖게 했다. “역시 인황의 법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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