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05장
가지마다 걸린 육문 혈과는 마치 작은 태양처럼 눈부신 광휘를 터뜨리며 사람의 심장을 떨리게 하는 에너지 파동을 퍼뜨리고 있었다.
붉은 노을이 하늘 가득 번지고 신비한 향기는 실체를 가진 듯 온 공간에 번져나갔으며 온 약전은 마치 전설 속 신과의 낙원이 현실에 내려앉은 듯했다.
이것이 무슨 ‘재배’란 말인가. 분명 신적 기적의 현현이었다.
천기 성수와 민예담, 원희는 천기 성지의 핵심 인물로서 권위와 경험을 자랑하는 사람들이었는데 지금 마치 돌로 빚어 올린 조각처럼 굳은 채 서 있었고 약전의 가장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공기마저 얼어붙은 듯 고요했고 오직 그들의 숨결만 충격과 격정으로 거칠게 흔들렸다. 몇 초나 지난 뒤, 마치 한 세기를 지난 듯 긴 침묵을 깨고 음성이 울려 퍼졌다.
“나... 나 지금 꿈꾸고 있는 거 아니지?”
천기 성수의 앳된 목소리가 떨림을 안고 터져 나왔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조그만 손을 들어 순수한 두 눈을 세차게 비비며 눈앞의 장면이 환영이 아님을 확인하려 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민예담은 저도 모르게 앞으로 걸음을 내디디며 미세하게 떨리는 옥같은 손가락을 들어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린 육문 혈과를 하나하나 지극히 진지하게 세어 내려갔다.
“아흔일곱, 아흔여덟, 아흔아홉, 백!”
“무려 백 알이에요!”
마지막 알을 세었을 때 그녀의 목소리는 이미 격정으로 메어 올라 거의 울먹임에 가까웠다.
“확실히 육문 혈과들이에요. 우리 천기의 상고 성세가 다시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성수님, 하늘이 우리 천기를 돕고 있습니다!”
그녀는 벅찬 숨결을 억누르지 못한 채 성수를 향해 몸을 돌렸고 눈빛은 광열과 희망으로 가득 차올랐다.
그 옆에서 원희 성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약전 한가운데에 서 있는 이천후를 깊이 응시했다. 겉으론 담담한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성대한 수확을 누리며 환희에 젖은 남자의 모습이었다.
이전까지 품었던 원망, 가볍게 던지던 멸시, 꾹 눌러 삼키던 불복심... 모두 붉은 노을빛의 신휘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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