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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0장

슈욱. 메아리 같은 외침이 아직 전각 사이를 울리고 있을 때 회갈색 마의를 걸친 마른 그림자가 귀신처럼 정원 한가운데로 번쩍 나타났다. 모재완이 내뱉었던 ‘성현 아저씨’라 불린 자였다. 그의 시선이 피와 살에 뒤엉겨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든 모재완의 몸뚱이에 닿는 순간 그의 얼굴이 급격히 굳어졌다. “도련님, 누가 감히 이런 짓을!” 나성현의 목소리에 믿기 어려운 냉기가 서려 있었고 그의 몸이 흔들리자 곧장 모재완 곁으로 자취를 옮겼다. 그는 거의 산산조각 난 가슴팍에 손바닥을 눌렀다. 순간 짙푸른 청기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와 생기를 불어넣듯 그의 끊어져 가는 숨결을 억지로 붙들어 매려 했다. “아저씨, 아직... 아직 제 상처를 손볼 때가 아닙니다!” 모재완의 남은 한쪽 눈에서 독기가 번뜩였다. 그는 나성현의 옷깃을 부여잡고 부서진 북쇠처럼 갈라진 목소리로 내질렀다. “가서 이천후 저 개 같은 놈을 산산조각 내요! 지금 당장!” 그는 이미 미쳐 있었다. 자신의 생사가 걸린 상처조차 아랑곳없이 오직 대전에 앉아 있는 그 청년의 숨통을 끊는 것만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나성현은 모씨 가문에서 오랫동안 공양해 온 객경 장로였다. 그의 지위는 특별했고 일찍이 금단의 비법으로 억지로 수위를 끌어올린 탓에 근본이 훼손되어 더 이상의 정진은 불가능했으나 그 몸에 깃든 신화경의 실력만큼은 변치 않았다. 그는 모씨 가문의 신왕 모극이 친히 모재완의 곁에 붙여둔 일종의 생명부적 같은 존재였다. 일촉즉발의 살기가 정원을 가득 채우는 그때 줄곧 사태를 지켜만 보던 원슬미가 드디어 나섰다. 달빛 아래 선녀처럼 고요한 걸음을 내딛어 나성현과 전각 사이에 서더니 얼음처럼 맑은 목소리로 흘러내리듯 말을 내뱉었다. “이곳 남원은 저의 거처입니다. 부디 분노를 거두시고 앉아서 서로의 말을 들어보심이 어떠하겠습니까.” “서로의 말을 들어보자고요?” 모재완은 짓뭉개져 알아볼 수도 없는 얼굴을 들이켰다. 핏물과 침이 뒤섞여 입가를 타고 흐르며 목소리는 이미 악귀의 울부짖음과 같았다.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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