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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1장

나성현의 마른 몸뚱이가 곧게 펴졌다. 마치 오래 묻혀 있던 고검이 홀연히 칼집을 벗겨내듯 숨겨진 날이 한순간에 드러나 세상을 찌를 듯했다. 전각 안의 이천후를 겨누고 있는 눈빛에는 차디찬 살기만 서려 있었고 그 속에 인간적인 온기는 단 한 줄기조차 없었다. “네 놈이 이천후냐? 감히 우리 도련님을 이 지경으로 만들다니. 오늘이 바로 네놈의 죽을 날이다!” 그는 한 걸음 내디뎠다. 천지가 흔들리는 굉음은 없었으나 그 발걸음에 맞추어 공간 자체가 미세하게 일그러졌다. 신화경 수인만이 내뿜을 수 있는 그 공포의 억압이 억만 근의 산처럼 무겁게 내려앉아 전각 안에 앉아 있는 이천후를 향해 천둥처럼 밀려들었다. 수련의 길에서 부대를 닦는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신화경이란 그 부대의 근원 안에서 지고한 의지로 뿌리의 불을 점화하는 경지였다. 이 불은 범속한 불길이 아니라 자신의 정기신, 혹은 본명의 신통, 혹은 영성을 제련한 법보를 제물로 삼아 붙인 한 가닥 불멸의 신염이었다. 신염이 꺼지지 않고 타오르며 근본을 단련하는 과정이 더 높은 세계로 나아가는 필수의 관문이었다. 그러므로 신화경은 부대경을 절대적으로 거의 법칙처럼 압도한다. 신화경의 수인이 신화를 불러일으키면 상대의 신통을 떠받치는 강기를 그대로 불붙여 삼켜 버린다. 부대경이 아무리 웅장한 강기를 품고 아무리 심오한 신통을 펼친다 한들 신화 앞에서는 등유를 쏟아놓은 것과 다를 바 없어 단박에 점화되고 삼켜져 결국 신화를 기르는 순수한 연료로 전락할 뿐이었다. 이것이 본질적인 제압이고 결코 뛰어넘을 수 없는 경계의 벽이었다. 이천후의 눈동자가 살짝 좁혀졌다. 그가 지금껏 맞서 온 가장 강한 적이라 해도 요광 성수의 반신이 빚어낸 반보 신화의 화신에 불과했다. 반보와 진정한 신화는 겨우 한 걸음의 차이라 하지만 그 한 걸음은 천지를 가르는 절벽과도 같았다. 지금 눈앞의 이 마른 노인은 기운이 다소 불안정한 걸 보아 불을 붙인 지 오래되지는 않은 듯 경지가 아직 완전히 굳어지지는 않았으나 그것이야말로 분명코 진짜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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