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27장
“내가 죽이겠다 마음먹었으면...”
이천후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으나 세상 모든 것을 가볍게 깔아뭉개는 듯한 냉기가 서려 있었다.
“천왕이 친히 내려온다 해도 막을 수 없어. 네 형의 이름을 들으면 남들은 겁을 먹겠지만 나한테는 아무 쓸모도 없어.”
“이... 이천후!”
옆에 있던 백열 성자가 이를 악물고 겨우 목소리를 짜냈다.
“제발 다시 생각해 주고 살려줘. 만약 신왕의 친동생이 여기서 죽는다면 이는 하늘이 뒤집히는 큰 화가 될 거야. 설령 모씨 가문 신왕의 체면을 보지 않는다 해도 청련 성녀님은 생각해 줘야지. 모씨 가문이 분노하면 영향을 받는 건 너 혼자가 아니야...”
그는 어쩔 수 없이 나섰다. 그가 모재완을 직접 남원으로 불러들였고 만약 여기서 죽어버린다면 백열 자신도 그 죄책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어쩌면 신왕의 노여움이 가장 먼저 그에게 쏟아질지도 몰랐다.
모재완의 미간을 꿰뚫으려던 이천후의 손가락이 잠시 멈췄다.
백열 성자의 말은 이천후의 마음을 건드렸다. 그 자신은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원한이 있으면 베어내고 원하면 어디든 떠날 수 있었다. 그러나 원슬미는 달랐다. 그녀에게는 가문이 있었고 천기 성지에서 지켜야 할 입지가 있었다.
만약 모재완의 피가 이 남원에 흩날린다면 모씨 가문은 그 책임을 가장 먼저 원슬미와 그녀의 뒤를 받쳐주는 원씨 가문에게 돌릴 것이었다.
이천후의 손가락이 서서히 거두어졌고 모재완은 힘이 빠진 허수아비처럼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식은땀이 너덜너덜한 그의 옷을 흠뻑 적셨고 방금 그는 실제로 저승 문턱을 넘어섰다가 간신히 돌아온 셈이었다.
“좋아. 청련 성녀님의 체면을 봐서 네 천한 목숨을 남겨주마.”
이천후는 땅에 주저앉아 있는 모재완을 내려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돌아가서 네 형님에게 전해. 청련 성녀는 나 이천후의 여자라고 말이야. 그러니 헛된 망상은 일찌감치 끊어버리라고 해. 만약 계속 미련을 못 버리고 건드린다면...”
이천후의 눈동자에 살기가 번뜩이며 목소리에서는 얼어붙은 칼날 같은 기세가 흘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