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소이정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짠 바닷내가 콧속을 파고들었고, 그녀는 자신과 문유정이 바닷물 한가운데에 잠겨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였다.
“구... 구해줘!”
소이정은 수영을 못 해 본능적으로 몸부림쳤지만, 발버둥칠수록 바닷물이 더 깊게 목으로 밀려들었고 목소리는 점점 희미해졌다.
흐릿하게 번져 보이는 시야 속에서, 그녀는 두 사람이 미친 듯이 달려와 바다로 뛰어드는 모습을 가까스로 확인했다.
심유찬과 임세윤이었다!
그녀는 잠깐 희망을 품었지만, 곧 현실을 깨달았다.
두 사람 모두 문유정 쪽으로 헤엄쳐 가고 있었다!
그 순간 소이정은 힘이 완전히 빠져나가며 몸이 그대로 깊은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병원 침대 위에 있었고, 심유찬과 임세윤이 곁을 지키고 있었다. 소이정이 눈을 뜨자 두 사람은 다급하게 사과부터 쏟아냈다.
“이정아, 미안해. 그때 너무 어두워서 우리가 유정이를 너로 착각하고 먼저 가서 구한 거야. 화내지 마, 응?”
하지만 그 말은 누구라도 듣자마자 거짓임을 알 수 있었다. 소이정과 문유정은 어디 하나 닮은 구석이 없었고, 두 사람이 문유정을 먼저 구한 이유는 단순했다. 그들의 마음이 향해 있던 사람이 처음부터 문유정이기 때문이었다.
소이정은 쓴웃음을 짓고 고개를 돌렸고, 마침 그때 간호사가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옆 병실 환자분도 깨어나셨어요. 한번 가보실래요?”
그 말을 들은 두 사람은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듯 조급해졌다. 잠시 기다리다가, 소이정이 계속 등을 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서로 눈빛을 주고받고는 결국 입을 열었다.
“유정이도 차가운 데 오래 있어서 몸살 났어. 걔도 혼자 있으니까, 우리 금방 보고만 올게.”
말을 마친 두 사람은 함께 병실을 나갔고,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거의 동시에 그녀의 휴대전화 알림이 울렸고, 발신자는 문유정이었다.
[이정아, 누가 널 더 좋아하는지 좀 보려고 했는데... 결국 둘 다 날 구하더라. 미안. 아마 내가 혼자라서 불쌍해 보였나 봐. 너도 너무 기분 나쁘게 생각하진 마.]
그녀의 새침한 말투도 소이정을 흔들진 못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휴대폰 화면을 꺼버렸다.
그 뒤 며칠 동안 심유찬과 임세윤은 두 병실을 오가며 챙겼고, 간호사는 약을 바꾸러 올 때마다 둘의 모습을 보고 사이가 좋다며 감탄했다. 하지만 소이정만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의 마음은 단 한순간도 그녀에게 머문 적이 없었고, 곁에 있는 모든 시간이 오히려 고통이었다.
그래서 그녀 역시 두 사람을 더 보고 싶지 않았다.
“둘 다 바쁜 일 있으면 그냥 가도 돼.”
말이 떨어지자 두 사람은 잠깐 움직이려 했지만, 지금은 소이정을 붙잡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어색하게 멈춰 섰다.
“우리가 무슨 일이 있어. 네가 다쳤는데 지금은 네가 제일 중요하지.”
“맞아. 널 챙기는 것보다 중요한 일 없어. 이정아, 배 안 고파? 거의 밥 먹을 시간이라서 내가 뭐 좀 사 올게.”
여전히 옆에 남아 있으려는 두 사람을 보며 그녀는 말을 아꼈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괜찮아. 개강만 하면 이 모든 게 끝나.’
개강하면 두 사람은 남강대학교로, 그녀는 멀리 떨어진 북성대학교로 간다. 남과 북. 더는 어떤 교류도 없을 것이다.
며칠 뒤, 소이정과 문유정의 몸 상태가 회복되어 퇴원하게 되었고, 퇴원 당일 네 사람 모두에게 연락이 왔다. 대학 합격 발표가 났다는 안내였다.
“그럼 난 먼저 갈게! 곧 개강이니까, 앞으로 잘 부탁해!”
문유정은 심유찬과 임세윤을 향해 환하게 손을 흔들었고, 두 사람도 웃으며 답했다.
“응.”
“나중에 내 이름 말해. 내가 챙겨줄게.”
두 사람은 문유정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빛에 묘한 온기가 피어 올랐다. 소이정은 그 간질거리는 분위기가 보기 싫어 먼저 걸음을 옮겼고, 두 사람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서둘러 뒤따라갔다.
집에 도착했을 때, 현관 앞에는 세 개의 등기 우편물이 놓여 있었다.
심유찬과 임세윤은 별생각 없이 각자 자신의 우편을 먼저 열어 보았다.
그리고 소이정을 향해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는 아무 표정도 없이 봉투를 들고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며 의아함을 느꼈다.
“이정아, 왜 안 열어봐?”
“혹시 잘 안 뜯겨? 우리가 도와줄게!”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봉투를 받아 열었고, 안에 든 문서를 확인한 순간 그대로 굳어 버렸다.
놀란 표정이 한동안 풀리지 않았다.
“이정아... 네 입학 안내 자료는 왜 우리랑 다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