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4화

이진기와 하윤정의 만남은,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 하윤정에게 준 도움은, 이진기에게 있어서 기껏해야 전생과 과거 일에 대한 철저한 작별일 뿐이었다. 어쨌든 이진기는 무정한 냉혈한이 아니다. 두 사람의 추억이 그리 유쾌한 추억은 아니지만 적어도 하윤정은 이진기와 오랫동안 함께 한 여자이다. 이제 각자의 삶이 생겼으니, 이진기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과거에게 작별인사를 건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하윤정이 뜻밖에도 자신에게 중요한 정보를 가져다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호영이라니? 그럼 당연히 이호영이겠지. 이진기는 하윤정의 말에서 자연스럽게 이호영과 이동영 형제를 연상했다. 돌이켜보면, 이호영은 어제 식사자리에서 화를 내고 떠난 후 나타나지 않았지만, 이동영은 줄곧 T시에 남아있었다. 집에 돌아온 이진기는 유채강을 불렀다. “샹그릴라 호텔에 가서 이호영이 돌아왔는지, 언제 돌아왔는지, 그동안 어떤 사람과 접촉했는지 알아봐.” 유채강이 이진기의 명령을 받고 고개를 끄덕이며 곧 출발하려고 할 때, “잠깐.” 이진기가 그를 불러세웠다. “좀 조용히 다녀, 들키지 말고.” 그의 당부에 유채강이 웃으며 몸을 돌려 떠났다가, 한 시간쯤 지나고 어둠이 내리자 다시 돌아왔다. “진기 형, 알아냈어요. 이호영은 어제 저녁 밤 늦게 돌아왔어요. 호텔 쪽에 기록이 있었어요. 자기 신분증으로 체크인을 했더라구요. 그리고 오늘 아침까지 이호영은 방 밖을 나간 적이 없어요. 그 후에 형 이동영과 함께 호텔을 나와서 물건을 산 후에 다시 호텔로 돌아갔죠. 오늘 오후에 그 집 네 식구는 이미 차를 타고 JC시로 돌아갔어요.” 그의 보고를 듣던 이진기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어제 어디 갔다가 밤에 온 거지? 누구를 만난거야?” “지금 알아낼 수 있는 건, 그가 식사 자리에서 떠난 후 C시로 가는 기차표를 한 장 샀다는 거예요. 그리고 어제 막차로 돌아왔는데, 중간에 어떤 사람을 만났는지는 추적하기 어려워요.” 유채강이 고개를 젓자, 이진기가 무표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