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6화
무슨 일을 하든 시간은 하루하루 빠르게 지나간다. 섣달 그믐날 밤에 아무데도 가지 않고 집에서 부모님을 모시며 연휴를 맞이하는 이진기는 끊임없이 바빴다.
곽씨 어르신에게 안부 전화를 드리는 것도 그 중 하나였다. 이런 예의는 주도면밀하게 챙겨야 하는 법. 그는 심지어 황태준 쪽에도 안부 전화를 돌렸다. 이미 며칠 전에 황태준의 조건을 승낙해서, 설 연휴가 지나고 정식으로 그는 H상업의 H시 부회장으로 출근할 예정이었다. 이 소식은 당분간 비밀에 부쳐져 있다.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이진기와 황태준의 관계가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곽안나와 김나희에게도 안부 전화를 하는 것이다. 두 여자는 약속이라도 한 듯 이진기가 바쁠까봐 먼저 연락하지 않았고, 이진기는 오히려 그런 배려에 기뻐서 김나희에게 한 시간 남짓 전화를 했으며, 그 다음에는 곽안나에게 전화했다.
그녀들에게 전화를 다 하고 나서, 이진기는 다시 마동호와 도준호 등 많은 사람들의 전화를 받았다. 모두 입에 발린 신년 축하 말들뿐이었지만, 모두 필수적인 사회생활이었다. 많으면 상관없지만, 적으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일.
모든 연락을 끝낸 이진기가 고개를 들어 이미 12시가 지난 걸 발견했다.
2001년이 시작됐구나.
창가로 걸어간 그는 눈이 내리는 걸 보고 놀랐다. 이쪽 지방에 눈이 오는 건 희한한 일이고, 게다가 T시는 이미 몇 년 동안 눈이 내린 적이 없다.
이때, 이진기의 곁에 있는 사람은 유채강 뿐이었다.
“채강아, 너 좀 믿을 만한 선배나 여자 후배 없어?”
이진기가 물었다.
“교관을 하고 있는 한 선배가 있어요. 연락해 볼까요?”
“나희 옆에서 보호하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마음이 놓이지 않아.”
그의 걱정에 유채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내일 연락해 볼게요.”
섣달 그믐날 밤이 지나면 정월이라 이진기는 더욱 바빠진다. 새해 인사를 하려는 사람들도 끊이지 않았는데, 그 중 장기현도 주현욱을 데리고 특별히 집에 한 번 찾아왔다. 주현욱은 무게와 외형으로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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