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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4화

이민준은 믿기 어려운 듯 유지호를 바라보았다. 둘 다 공통의 적인 진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민준은 유지호가 진기를 얼마나 증오하는지 알고 있었다. 진기에 대한 그의 증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 유지호가 진기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다. 이민준의 마음속에서 깊은 공포가 일렁였다. 맹유훈이 진기에게 화를 낸 그때 이후로 이렇게 무서웠던 적은 처음이었다. 어쩌면 그때보다도 더 무서웠다. 이민준과 유지호는 본질적으로 매우 닮아있었다. 둘 다 유명한 가문 출신이며, X 시의 부유한 2세였다. 이렇듯 두 사람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들의 차이는 사회적 지위 정도에 불과했다. 오늘 유지호가 진기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다니, 다음은 내 차례일까? 이 생각에 이민준은 두려움을 느꼈다. 이민준은 진기를 의아하게 바라보며, 자신이 어떤 약점이 있는지, 진기가 절대 알면 안 될 비밀이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민준은 점점 슬퍼졌다. 과거에 저지른 실수와 잘못들이 떠올랐다. 어쨌든 그동안 그가 저지른 나쁜 일이 너무 많았으니 말이다. 평소엔 몰라도, 진기와 같이 상식 밖에서 행동하는 사람이 그 일들에 대해 문제 삼는다면, 아무리 다른 일이 없다고 해도 일단 집안에 알려진다면, 그의 아버지 이은강이 가장 먼저 자신을 죽이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순간, 이민준은 유지호가 왜 진기 앞에서 무릎을 꿇었는지 깨달았다. 이 일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유대웅과 유지호 부자는 X 시에서도 악질 중의 악질이다. 그들은 여성문제로 인해 말이 나와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심지어 한번 유대웅이 이민준의 아버지 앞에서 건방지게 이렇게 말한 적도 있다. “남자들은 결국 다 같아요, 그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숨기지 않을 뿐이죠. 여러 여자를 만나는 게 문제 될 것 없잖아요.” 곽안우는 무릎을 꿇은 유지호를 보며 비웃었다. “만약 너의 아버지가 너가 한 짓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가뜩이나 겁에 질린 유지호는 곽안우의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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