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5화
그 말은 방시안이 속으로만 삼켜 두었던 진심이었다. 그녀는 눈시울을 붉힌 채 박미자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눈빛에는 한 치의 나약함도 거짓도 없었고, 박미자가 뭔가를 눈치챌까 봐 두려워하는 기색조차 없었다.
박미자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고 싶은 말이 산더미였지만, 눈앞의 아이가 자신의 외손녀라는 생각이 떠올라 꾸짖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네가 정말 내 외손녀라면 앞으로 돈 때문에 고생할 일은 없을 거다.”
그 한마디는 박미자가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약속이자 보증이었다.
방시안은 울면서도 웃더니 고개를 다시 숙였다.
그렇기 때문에 박미자는 반드시 죽어야 한다. 박미자가 죽어야만 자신이 진짜 김씨 가문의 장녀가 될 수 있다.
“네가 찾는 약초는 저기 있어.”
박미자는 고개만 숙이고 있는 방시안을 보며 바구니를 내려놓았다. 바위에 밧줄을 단단히 묶고는 그것을 가파른 절벽 아래로 던졌다.
“네 힘으로는 못 따니까, 내가 따 줄게. 집에 가면 물에 달여 마시고, 남은 약초는 거즈에 싸서 배에 대고 최소 30분은 따뜻하게 해 둬.”
말이 끝나자 그녀는 밧줄을 타고 곧장 아래로 내려갔다. 그 약초는 절벽에서만 자라는 탓에 손에 넣기 몹시 까다롭다. 전문 채집꾼만이 그 험한 곳에서 구분해 낼 수 있다.
방시안의 사연에 연민이 동한 박미자는 기꺼이 몸을 내주었다. 그녀가 절벽을 내려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방시안의 입가에 기이한 웃음이 번졌다.
약초는 애초에 미끼일 뿐이다. 박미자를 절벽 아래로 내려가게 만들 목적이 아니었다면, 굳이 약초를 찾을 이유가 없었다.
준비해 둔 단검을 꺼낸 방시안이 밧줄 앞으로 다가섰다.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한 듯, 박미자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죽어 버려, 늙은이!”
방시안이 외마디로 소리치며 튼튼한 밧줄을 단번에 잘라 버렸다.
박미자의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크게 열렸다. 무게를 잃은 몸이 허공으로 내던져졌고, 방시안의 통쾌한 웃음소리 속에서 그대로 곤두박질쳤다.
“하하하하하하...”
단검을 쥔 방시안은 광기 어린 웃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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