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9화
유하연의 시선이 유도경에게로 갔다. 유도경은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 태연하게 조수석 문을 열었다.
유하연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굳은 얼굴로 그대로 유도경의 차에 올라탔다.
어쩔 수 없었다. 더 지체하면 늦을 판이었다. 김설아와 첫 대면인데 시간 개념도 없는 사람이라는 나쁜 인상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유도경은 운전석에 올라 직접 차를 몰아 도심으로 향했다.
“주소는?”
유도경이 고개를 약간 돌리다가, 유하연의 어두운 표정을 보자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 웃음기를 본 유하연은 더 화가 치밀었다.
“나는 네가 못 하는 게 없는 줄 알았는데, 내가 갈 곳 주소도 모르냐?”
“성인도 천 번 생각해도 한 번은 실수하잖아. 하물며 나는 신도 아닌데.”
유도경은 빈정거림에 전혀 흔들리지 않고 신호등 앞에 천천히 차를 세웠다.
“왼쪽으로 가도, 오른쪽으로 가도 각각 반 시간 넘게 더 걸려. 시간이 넉넉하면 굳이 말 안 해도 되고.”
“왼쪽.”
유하연은 이를 악물고 답한 뒤, 김설아와 약속해 둔 식당 주소를 불러 주었다.
유도경이 낮게 웃으며 핸들을 돌렸다.
식당이 가까워졌을 때 유하연이 비꼬듯 말했다.
“회사 요즘 망해 가냐? 이렇게 한가해서 운전기사까지 자처하고.”
지금 이 분통이 도저히 삼켜지지 않았다. 유도경을 보고 있자니 그냥 화가 치밀었다.
유도경이 어깨를 다시 한번 으쓱했다. 길고 선이 또렷한 손가락이 핸들 위에 얹히니 괜히 시선이 멈췄다.
“누구 운전기사냐에 달렸지. 네 운전기사라면 영광이야. 하늘에서 칼이 퍼부어져도 달려올게.”
유하연은 코웃음을 쳤다.
“입담은 갈수록 느네. 그러니 여자애들이 하나같이 홀려 넘어가지.”
유하연은 성세은을 떠올렸고, 또 강아람을 떠올렸다. 특히 강아람 생각이 나자, 유도경을 당장이라도 칼로 난도질해 체처럼 만들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강아람이 원치 않으니, 유하연은 모른 척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 말은, 네가 내 말에 홀려 넘어갔다는 뜻이야?”
유도경의 눈빛이 더 깊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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