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5화

가짜 의사의 안색이 몇 번이나 뒤집히더니, 결국 이를 악물고 끝내 협조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굳혔다. 유하연은 비웃음을 흘렸다. 눈빛에 한기가 번쩍였다. 아직 수를 꺼내지도 않았는데 자신을 만만하게 본 모양이었다. 그녀 앞에서 배짱을 부려 보겠다니 말이다. ‘의지가 얼마나 단단한지, 연정의 화골수도 버틸 수 있을지 보자.’ 유하연이 움직이기 전에 유도경이 먼저 나섰다. 그가 가짜 의사의 가슴팍을 한 발로 걷어차 바닥에 나뒹굴게 하더니, 발에 힘을 실어 척추를 한 칸 한 칸 밟아 눌렀다. 까득! 뼈가 부서지는 섬뜩한 소리가 났다. 가짜 의사의 눈이 공포로 휘둥그레졌다. 유도경의 발끝이 천천히 꼬리뼈 위로 내려앉자, 그는 비명을 삼키듯 외쳤다. “말할게, 말할게!” 저 발이 한 번만 더 내려가면 평생 불구가 될 게 뻔했다. “하.” 유도경은 발을 거두었다. 눈에는 얕잡아보는 빛이 스쳤다. 붙잡히자마자 부하들을 먼저 빼돌리는 꼴을 보고, 눈치 빠르게 형세를 읽는 놈이란 건 이미 알았다. “독은 내가 줬다.” 가짜 의사가 어금니를 문 채 거친 숨을 한 번 내쉬고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여자는 그게 가짜인 줄 알았어. 원래 계획대로라면, 그 여자는 너를 모함하려고 중독 연기를 할 참이었지. 그 약으로 중독 증세를 그럴듯하게 흉내 내서 남들을 속이게 되어 있었어. 그런데...” 그가 말을 멈추자 유하연이 냉소를 흘렸다. “그런데 너는 진짜 독을 건넨 거야?” 그래서 방시안은 그 약을 가짜라 믿고 유하연을 함정에 빠뜨리려다가 진짜 독을 삼켜 그대로 죽은 것이다. 약성이 너무 강해 방시안은 대응할 틈도 없이 숨이 끊겼다. “그래.” 가짜 의사가 시인했다. “누구 짓이야?” 유하연의 목소리가 낮고 차가웠다. “네 머리에서 나온 수는 아니겠지?” 아까 고현우와 맞붙었던 고용병들을 보고, 유하연은 이미 마음속에 짐작이 있었다. “그건...” 가짜 의사가 난처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가 머뭇거리자, 유하연이 코웃음을 쳤다. “유 회장이면 유 회장이라고 해. 네가 입 다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