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2화
유하연은 이런 일은 예상도 못 했었다. 그동안 그녀는 유승준의 순수한, 어쩌면 어리석음에 가까운 태도에 눈이 가려져 있었다.
유도경이 말했듯이 비록 예전에 유 회장의 첫사랑에 관한 불미스러운 과거가 드러난 적은 있지만, 지금까지도 유 회장은 그 상대와 완전히 결별하지 않았고 오히려 화해한 듯한 모습이었다. 이것만 봐도 그 첫사랑의 수준이 김희영이 당해낼 만한 상대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 수십 년 동안 김희영이 완패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유 회장이 연행된 뒤에도 김희영의 장례식은 계속 진행되었다.
조금 전의 소동 때문에 사람들은 약간의 동정심을 느꼈는지 표정은 더욱 엄숙했다. 유도경은 비록 자신과 김희영 사이에 더는 아무런 감정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사회적 예의와 체면은 완벽하게 차렸다.
대부분의 일을 끝마친 후 그는 장례식장의 고요한 뒷마당으로 갔고 솔솔 부는 산들바람이 정자의 기둥을 스쳐 지나갔다. 유도경은 가볍게 눈썹을 추켜세우며 그동안 쌓인 피로와 복잡한 심경을 잠시 내려놓았다.
그러더니 한쪽 건물 뒤에 숨겨진 그림자를 보고 말했다.
“하연아, 왔으면 그냥 나와. 몰래 숨어서 뭐 해?”
“누가 몰래 숨었어?”
건물 뒤에서 느릿하게 걸어 나온 유하연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약간의 장난기가 스쳤다.
유도경은 그녀와 이제는 말을 나누지 않고 단지 두 손을 가슴 앞에 포갠 채 한쪽 난간에 기대었다. 자세는 여유롭고 편안했다.
“하연아, 나한테 볼 일이 있어?”
방금 유도경은 장례식장에서 걸어 나오면서 유하연의 시선을 느꼈고, 뒷마당으로 오는 길에서도 뒤따르는 가벼운 발걸음을 감지했다. 유하연이 분명히 그를 따라오고 있었다.
“오빠만 다니라고 한 길이야? 길이 이렇게 넓은데 누구든 다닐 수 있지 않아?”
유하연의 말에 유도경은 어깨를 으쓱하며 두 손을 벌렸다.
“그럼, 네가 가던 길로 계속 걸어가.”
그는 오른손을 들어 옆의 좁은 길을 가리키며 먼저 가라고 배려하는 듯한 몸짓을 취했다.
유하연은 그 길을 잠깐 바라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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