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1화
“하여튼 진짜 어떻게 해야 내가 넘어가는지 잘 안다니까.”
유도경은 작게 투덜거렸지만, 눈빛은 한없이 부드러웠다.
사실은 조금 기뻤다. 유하연이 과거를 잊은 게 아니라는 게. 그 기억을 붙잡고 있는 게 자기 혼자만이 아니라는 게.
벌써 오 년이 흘렀고, 세상은 많이 변해버렸지만, 두 사람만의 좋았던 기억을 그만 기억하는 게 아니라 다행이었다.
똑똑 똑똑.
이때, 창가 쪽에서 소리가 들려와서 유도경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창밖에 지저분해진 연정이의 얼굴이 보였다. 그는 황당하면서도 웃음이 터져 창문을 열고, 연정이를 들어서 안으로 옮겼다.
연정이는 옆방과 연결된 베란다를 타고 넘어온 것이었다. 아래에 난간이 있긴 했지만, 유도경은 여전히 못마땅했다.
이에 연정이는 혀를 쏙 내밀더니, 뒤에 숨겨둔 물건을 내밀었다.
“이거 줄게요.”
“뭐야 이게?”
한약은 금방 만든 듯 김이 모락모락 났는데, 쓴 내가 확 풍겨 유도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제가 아저씨 주려고 끓인 약이에요.”
연정이가 계속 설명했다.
“보기엔 이래도 효과가 진짜 좋아요. 이거 마시면 배도 안 아프고, 설사도 안 할 거예요.”
이 말을 들은 유도경은 의아해하며 연정이를 바라봤다.
연정이는 씩 웃으면서 콧방귀를 뀌었다.
“제가 모를 줄 알았어요? 그 양념구이 통닭을 다 먹었으니까 이제 일주일은 화장실에 들락날락할 걸요?”
알고 보니, 그녀는 유도경을 걱정해서 얼굴까지 시커멓게 그을리면서까지 약을 끓여 온 거였다.
처음 받아보는 대우에 유도경은 마음이 따뜻해져 일부러 쓴 내를 무시한 채, 단숨에 약을 들이켰다.
연정이가 얼마나 고생했을지 알기에,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그가 주저 없이 마시는 걸 본 연정이는 확실히 기뻐했다. 그녀는 의자를 끌어와 정면에 앉은 뒤, 턱을 괴고 그를 빤히 바라봤다.
“그거 엄마가 준 거예요?”
연정이가 가리킨 건, 유도경 손에 쥔 책갈피였다.
“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
유도경이 자신을 바라보며 묻자, 연정이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엄마가 꽃 찾으러 갈 때 제가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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