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1화
정유림은 입고 있는 옷을 거의 다 벗어던진 채 일부러 고현우가 지나다니는 좁은 길에 숨어들었다. 고현우가 돌아설 때 재빨리 뛰어나가 부딪힐 계획이었으나 워낙 민첩했던 그는 단번에 정유림의 속셈을 알아채고 가볍기 몸을 피하며 여지를 주지 않았다.
정유림은 당황한 듯 잠시 흠칫했으나 눈을 질끈 감더니 막무가내로 몸을 밀어붙였다. 그러다가 결국 신음을 내며 바닥에 쓰러졌고 유일하게 걸치고 있던 셔츠마저 흘러내렸다.
고현우는 입술을 꽉 깨물고선 이마에 핏줄을 드러내며 간신히 화를 참았다.
그는 심호흡하며 감정을 추슬렀고 이제는 신사답게 행동할 생각조차 없는지 아예 무시하고 돌아섰다.
“벌써 열두 번째예요. 도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예요?”
“어머? 횟수까지 기억하고 있었어요?”
화를 내기는커녕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정유림은 오히려 기쁜 듯 신난 기색이 역력했고 요염한 자세로 바닥에 누운 채 말을 이었다.
“내 몸이 꽤 유혹적이었나 봐요? 매번 아무렇지 않은척해도 사실 뒤에서는 몰래 내 생각 하고 있죠?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횟수까지 기억할 수 있겠어요. 안 그래요?”
정유림의 말을 들은 고현우는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혔다. 그러다가 겨우 한마디 내뱉었다.
“유림 씨처럼 뻔뻔한 사람은 처음 보네요.”
“정말요? 영광이네요.”
정유림은 고현우의 허벅지를 끌어안으려고 재빨리 달려갔고 그 행동에 소스라치게 놀란 고현우는 잽싸게 몸을 피했다. 이를 알지 못한 정유림은 결국 브레이크를 밟지 못한 채 근처 잔디밭에 넘어졌는데 바로 옆에 날카로운 돌덩이가 있었다.
유하연이 본능적으로 뛰어가려던 그때 고현우가 한발 빨리 그녀를 붙잡았다.
그러고선 표정을 잔뜩 찌푸린 채 이를 악물고 정유림에게 소리쳤다.
“사고 치지 않고 조용히 있는 게 그렇게 힘들어요? 할 일 없어요?”
“맞아요. 할 일 없는데요?”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었던 정유림은 고현우의 목을 꽉 감싸안았다. 고현우가 아무리 떼어내려 해도 정유림은 전혀 놓으려 하지 않았다.
“현우 씨도 알잖아요. 내가 고아처럼 외롭게 살아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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