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그날 밤, 박태윤은 혼자 미궁 클럽으로 향했다. 문서아가 결혼 전 가장 자주 드나들었고 결혼 뒤에도 몰래 나갔다가 박태윤에게 붙잡혀 끌려왔던 곳이었다.
귀가 찢어질 듯한 음악, 현기증 나는 조명, 숨 막히게 빽빽한 인파, 모든 게 박태윤의 세계와는 어긋나 있었다.
박태윤은 가장 어두운 구석의 소파에 앉아, 문서아가 예전에 즐겨 시키던 이름만 요란한 독한 술을 줄줄이 주문했다.
그리고 기억 속 문서아를 흉내 내듯 고개를 젖혀 단숨에 들이켰다.
불이 붙은 듯한 액체가 목과 위장을 태웠다.
그런데도 아무것도 풀리지 않았다.
남는 건 끝없이 번지는 씁쓸함과 텅 빈 허기뿐이었다.
술기운이 빠르게 올라왔다. 시야가 흐려지고, 번쩍이는 조명 사이로 박태윤은 문서아가 댄스 플로어 한가운데 서 있는 것만 같았다.
불타는 듯한 붉은 원피스를 입고 화려하게 흔들리는 몸매, 음악 위로 제멋대로 살아 있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문서아가 고개를 돌려 사람들 사이 너머로 박태윤을 바라보더니 처음 만났을 때처럼 환하고 도발적인 웃음을 던졌다.
그런 생각에 박태윤은 벌떡 일어났다.
“서아야!”
박태윤은 비틀거리며 인파 속으로 파고들었고 허공에 손을 뻗었다.
“돌아와.”
하지만 박태윤의 손끝은 허공만 갈랐다.
박태윤은 그대로 바닥에 세게 나뒹굴었다.
쨍그랑.
잔이 깨지고 술이 튀어 박태윤 옷을 흥건히 적셨다.
주변에서 놀란 탄성과 킥킥거리는 웃음이 터졌다.
사람들은 미친 사람 보듯 박태윤을 쳐다봤지만 박태윤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박태윤은 차가운 바닥에 엎드린 채, 아무도 없는 방향을 향해 부서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서아야... 내가 잘못했어... 돌아와... 부탁이야... 돌아와.”
어두운 어딘가에서 휴대폰 플래시가 번쩍였다.
다음 날, 부승 그룹 대표가 새벽 술집에서 만취해 추태를 부렸다는 사진이 경제지와 연예면을 동시에 휩쓸었다.
주가가 출렁였고, 이사회 임원들의 전화가 박태윤의 휴대폰을 미친 듯이 울렸다.
하지만 박태윤은 처음으로 그 모든 소란과 비난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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