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박태윤은 아직 희미한 체온이 남아 있는 냉장고 스티커를 주워 들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하지만 관광버스가 먼지를 일으키며 멀어져 가는 뒷모습만 보였다.
그날 밤, 박태윤은 문서아가 묵었다던 작은 숙소 방에 혼자 머물렀다. 창밖으로는 황량한 설원과 숨 막히게 고요한 밤하늘만 펼쳐졌다.
박태윤은 다시 그 비공개 계정을 열었다.
업데이트가 올라와 있었다.
사진 속 밤하늘에는 초록빛 오로라가 찬란하게 춤추고 있었다. 마치 여신이 휘두른 비단 자락처럼 하늘을 가로지르며 흩날렸다.
짧은 문구는 단 두 글자였다.
[신생.]
박태윤은 창가에 서서 같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오로라가 있었을지 모를 그 하늘에는 지금 짙게 가라앉은 어둠과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뿐이었다.
문서아는 오로라 같았다. 찬란하고, 자유롭고, 손 뻗어도 닿지 않았다.
박태윤은 얼음 벌판에 홀로 남겨진 여행객처럼 조용히 서 있었다.
세 번째 단서는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동남아의 조용하고 스쿠버다이빙으로 유명한 작은 섬, 코라 섬이었다.
사진 속 문서아는 단순한 원피스를 입고 흰 모래사장을 맨발로 걷고 있었다. 한 손에는 슬리퍼를 들고 석양이 그림자를 길게 늘인 채, 문서아가 고개를 살짝 틀어 웃고 있었다.
밝고, 거침없고, 조금의 그늘도 없었다. 마치 지난 3년 문서아를 짓눌렀던 모든 고통이 바닷바람에 씻겨 나가고 파도에 실려 사라진 것 같았다.
그런 살아 있는 얼굴이, 박태윤의 가슴을 더 잔인하게 찔렀다.
박태윤은 차라리 문서아가 자신을 미워해 주길 바랐다. 욕하고, 저주하고, 두 번 다시 보지 말라고 소리쳐도 좋았다.
적어도 그건, 문서아가 아직 박태윤이란 사람을 의식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문서아의 가벼운 미소는 무언의 선언 같았다.
박태윤, 그리고 박태윤과 관련된 모든 일은 문서아의 인생에서 먼지처럼 흩어졌다는 선언이었다.
박태윤은 다시 출발했다.
이번에는 더는 허탕 치지 않겠다는 각오로 더 치밀하게 준비했다.
비행기가 코라 섬에 내리자, 눅눅하고 뜨거운 공기가 얼굴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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