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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문서아와 박태윤의 결혼은 남성시 상류층에서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리는 화제였다. 한쪽은 제멋대로 당당하고, 틀에 얽매이지 않으며 공격적일 만큼 눈부신 미모를 가진 문씨 가문의 장녀 문서아였다. 다른 한쪽은 차갑고 금욕적이며, 스스로를 엄격히 다스리고, 박씨 가문의 실권을 쥔 재벌가의 수장 박태윤이었다. 극과 극인 두 사람은 그렇게 결혼으로 묶인 채, 3년을 버텼다. 결혼 첫해, 박씨 가문은 가법이 수천 조항이라며 문서아에게 전부 외워 지키라고 요구했다. 문서아는 두어 장 넘겨 보더니 가문 어른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두꺼운 가법 책을 그대로 찢어 갈기갈기 흩뿌렸다. “지금이 무슨 시대인데 아직도 이런 걸 해요?” 문서아의 눈매에는 반항심이 그대로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혹독했다. 문서아는 음산하게 냉기가 도는 박씨 가문 사당에서 사흘 밤낮으로 무릎을 꿇어야 했다. 결혼 두 번째 해, 박씨 가문은 장손 며느리가 클럽에서 춤추는 일은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예전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마음대로 노는 일도 금지였다. 문서아는 말로 맞서지 않았다. 문서아는 페라리를 몰고 본가의 무거운 조각 철문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규칙의 상징처럼 버티던 문이 산산이 부서졌고, 엔진 소리가 저택 전체를 뒤흔들었다. “나가지 말라고요? 제가 죽기 전까지는 저를 못 막을 겁니다!” 그날 문서아는 보름 동안 감금되다시피 지냈고 연락 수단은 전부 빼앗겼다. 결혼 세 번째 해, 박씨 가문은 문서아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압박했다. 임정숙은 마지막 통보를 내렸고 문서아는 사실상 끌려가듯 병원으로 가 시험관 시술 전 검사를 받게 되었다. 차갑게 반짝이는 기계와 사무적인 의사의 말투가 문서아를 속부터 뒤집어 놓았다. 간호사가 약물을 준비하는 순간, 문서아는 갑자기 트레이를 걷어차듯 엎어 버렸다. 문서아는 보디가드를 밀치고 병원을 뛰쳐나갔고 곧장 차를 몰아 부성 그룹 본사로 향했다. 문서아는 더는 못 참았다. 3년 동안 문서아는 발톱을 접고 사람들이 말하는 박태윤의 아내가 되려고 애썼다. 돌아온 것은 더 심해진 속박뿐이었다. 문서아는 박태윤에게 이 망할 규칙을 하루도 더 못 견디겠다고 직접 말할 생각이었다. 박태윤이 해결하지 못한다면 문서아가 박태윤을 아무리 좋아해도 이 결혼은 끝내야 했다. 문서아는 원래 자유롭게 태어났다. 박씨 가문이라는 감옥 안에서 시들어 죽으려고 태어난 사람이 아니었다. 문서아는 대표 전용 엘리베이터로 뛰어들어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 윤서연 비서가 막아서려 했지만, 문서아가 눈빛 한번 세우자 윤서연은 더는 다가오지 못했다. 사무실 문은 살짝 열려 있었고 안에서는 남자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문서아가 문에 손을 얹고 밀어 열려던 순간, 문서아의 이름이 들려왔다. “태윤아, 요즘 문서아가 또 크게 난리라며?” 장난기 섞인 남자 목소리였다. 박태윤과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 중 한 사람이었다. “남성시에서 문서아만큼 예쁜 사람 찾기도 어렵지. 얼굴도, 몸매도 끝내 주잖아. 성격이 너무 야생이라 문제지. 길들이기 힘든 망아지 같아.” 잠깐 웃음이 섞였고 그 남자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태윤이 너도 참... 애초에 그런 스타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왜 그때 그렇게까지 공들여서 영웅 행세를 했어? 문서아가 박태윤에게 푹 빠져서, 기꺼이 밖시 가문에 들어오게 만든 그 사건 말이야.” 문서아는 그 자리에서 온몸이 굳었고 피가 한순간에 얼어붙는 것 같았다. ‘날 구한 게... 전부 연출이었다고?’ 3년 전, 라세나 승마클럽에서 문서아가 탄 말이 갑자기 미쳐 날뛰며 울타리를 향해 돌진했다. 그때 박태윤이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처럼 나타나 문서아를 끌어냈다. 문서아는 수많은 사람 사이를 지나도 마음 하나 주지 않고 살았다. 그런데 그날 처음으로 문서아는 한 남자에게 진심이 움직였다. 이후 문서아는 박태윤을 알아봤다. 문서아와 박태윤은 모든 면에서 정반대였다. 문서아는 불꽃처럼 눈부셨고, 박태윤은 차갑게 자신을 통제했다. 문서아는 하고 싶은 대로 살았고, 박태윤은 규칙을 어기는 법이 없었다. 서로 다른 세계 사람인 것을 알면서도 문서아는 원하는 것을 꼭 손에 넣는 사람이었다. 문서아가 먼저 다가갔고, 온갖 방법을 다 써서 결국 박태윤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그리고 박태윤은 문서아와 결혼했다. 문서아는 그 모든 것이 문서아가 밀어붙인 결과라고 믿었다. 운명처럼 이어진 인연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전부 박태윤이 치밀하게 설계한 거짓말이었다니. ‘왜? 박태윤은 대체 왜 그런 짓을 해야 했을까?’ 그때 다른 목소리가 한숨 섞인 듯 말을 받았다. 박태윤은 너무 쉽고 잔인하게 대답했다. “뭐겠어. 다 조가희 때문이지.” ‘조가희...’ 박태윤의 한심하다고 불리던 동생 박수찬이 박씨 가문에 들인 아내였다. “태윤이가 진짜 마음에 둔 사람은 조가희야. 그런데 조가희는 집안이 너무 약하잖아. 박씨 가문 문턱이 어떤지 알지? 규칙이 하늘인데 어르신이 조가희를 얼마나 괴롭혔겠어. 태윤이가 그걸 차마 못 봐서, 일부러 문제를 일으킬 만한 여자를 아내로 들인 거야. 온갖 화살을 전부 문서아에게 돌려서 조가희가 조금이라도 숨 쉴 수 있게 한 거지.” “문서아가 딱 맞았지. 예쁘고, 집안도 단단하고, 무엇보다 성격이 거칠어. 사고도 치고, 말도 안 듣고, 난리도 피우니까.” 남자는 신이 나서 더 떠들었다. “태윤이는 조가희를 진짜 미친 듯이 사랑하는 거야. 나 같으면 문서아 같은 아내가 있으면 매일 붙잡고 애부터 낳자고 했을 텐데, 태윤이는 더 크게 불을 끌어모으려고... 몰래 정관수술까지 했대. 문서아가 아이로 버틸 길을 아예 끊어 버린 거지. 이 정도 희생이면...” 문서아는 문밖에 선 채로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몸속이 서늘해지더니,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한기가 치솟았다. ‘정관수술?’ 박태윤은 조가희를 지키겠다고 문서아를 방패로 세워 결혼하고, 아이도 못 낳게 스스로 막아 버렸다. 문서아가 박씨 가문의 압박과 분노를 전부 떠안게 하려고 했다. 너무 우습고 너무 비참했다. 문서아는 누군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심장을 움켜쥐는 것 같아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문서아는 입술을 악물었다. 입안에 피 비린내가 퍼져도 문서아는 느끼지 못했다. 문서아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박태윤이 한 마디라도 부정해 주는 것, 단 한 글자라도 아니라고 말해 주는 것이었다. 사무실 안이 잠시 조용해졌다. 그러더니 곧 박태윤의 차갑고 담담한 목소리가 들렸다. 박태윤은 늘 그랬듯 간결하게 말했다. 냉정하고, 흔들림 없고, 너무나 박태윤다운 말투였다. 그 한마디 한마디가 독을 머금은 얼음송곳처럼 문서아의 마지막 마음을 그대로 뚫어 버렸다. “조가희는 마음이 약해. 억울한 걸 못 버텨. 하지만 문서아는... 버틸 수 있지.” ‘버틸 수 있다고...’ 문서아가 그동안 버둥거리고, 반항하고, 아파했던 모든 순간을 박태윤은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박태윤은 그 사실을 알고도 문서아라면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문서아는 이용당해도 되고 다른 여자를 지키는 방패가 되어도 되는 사람이었다는 뜻이었다. 문서아는 온몸이 떨렸다. 지금이라도 문을 박차고 들어가 모든 것을 뒤엎고 싶었다. 바로 그때, 박태윤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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