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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문서아의 목소리는 놀랄 만큼 담담했다. 분노도 원망도, 어떤 파문도 없었다. 그런데 그런 평온함이 어떤 칼날보다 더 날카로웠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이미 산산이 부서진 박태윤의 심장을 또렷하게 긁었다. “박태윤, 지금 네 꼴 좀 봐.” “너무 불쌍해. 그리고... 우습고.” 문서아는 잠깐 멈췄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 말을 내뱉었다. “널 사랑했던 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치욕이야. 그러니까...” 문서아의 어조는 한 치의 여지도 없을 정도로 단호했다. “내 인생에서 영원히 꺼져.” 문서아는 더는 박태윤을 보지 않았다. 대신 유상우의 팔을 끼고 가볍게 기대었다. 유상우는 문서아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그리고 눈밭에 무릎 꿇은 박태윤을 한번 차갑게 훑어본 뒤, 문서아를 안은 채 몸을 돌렸다. 따뜻하고 밝은 유리 돔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끝까지 문서아는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박태윤은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 버렸다. 차가운 눈 위에 무릎을 꿇은 채, 바람에 말라붙은 조각상처럼 멍하니 있었다. 하얀 패딩을 맞춰 입은 두 사람은 너무도 조화롭고, 너무도 당연한 커플처럼 나란히 걸어 유리집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는 순간, 박태윤은 바깥의 추위와 어둠 속에 완벽히 버려졌다. 밤하늘의 오로라는 여전히 우아하게 춤췄다. 색이 바뀌고, 빛이 흐르고, 숨이 막히게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빛은 박태윤의 눈동자 안으로 단 한 줄기도 스며들지 못했다. 문이 닫힌 그 순간, 박태윤의 세계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영원한 밤으로 가라앉았다. “아!” 사람 목소리라고 하기 어려운 비명이 박태윤의 마음 깊은 곳에서 폭발했다. 짐승의 마지막 울부짖음처럼, 고요한 빙원 전체를 찢고 퍼졌다. 박태윤은 그대로 눈밭에 나자빠졌다. 몸을 웅크린 채, 경련하듯 떨며 숨죽인 통곡을 쏟아냈다. 끝이었다. 모든 게 끝났다. 문서아를 완전히, 그리고 영원히 잃었다. 박태윤은 아이슬란드를 떠나지 않았다. 이틀 동안이나 영혼이 빠져나간 껍데기처럼 근처 마을을 떠돌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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