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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문서아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조가희, 너 뭐 하려는 거야?” “뭐 하긴요.” 조가희가 미친 듯이 웃었다. “언니한테 큰 선물 하나 주려는 거죠.” 조가희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당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모셔져 있던 박씨 가문 조상 위패를 모조리 쓸어 바닥에 떨어뜨렸다. 이어 미리 준비해 둔 라이터를 꺼내 늘어진 휘장 끝에 불을 붙였다. 바싹 마른 천이 순식간에 불길을 삼켰다. 불은 눈 깜짝할 사이에 크게 번졌다. “너 미쳤어?” 문서아가 뛰어들어 막으려 했지만 매캐한 연기가 목을 쥐어짜며 기침이 터졌다. 조가희는 문서아가 기침하며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며, 속이 풀린 듯 비틀린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문서아가 방심한 순간, 옆에 있던 무거운 향로를 집어 문서아의 뒷머리에 그대로 내리쳤다. 문서아의 시야가 툭 꺼졌고 그대로 의식이 끊겼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문서아는 조가희와 함께 두 손이 뒤로 결박된 채 박씨 가문 본가 거실의 차가운 바닥에 무릎 꿇려 있었다. 임정숙이 상석에 앉아 얼굴을 새파랗게 굳힌 채 소리쳤다. “말해. 사당에 불 지른 게 대체 누구야?” 조가희가 기다렸다는 듯 울부짖으며 문서아를 가리켰다. “어머니, 서아 언니예요! 제가 봤어요! 어머니가 아이 얘기한다고, 아주버님을 원망한다면서... 언니가 사당에 불을 질렀어요!” 문서아는 조가희가 확신에 찬 얼굴로 거짓말을 쏟아내는 걸 보며 속이 울렁거렸다. 정말로 역겨웠다. 문서아는 고개를 들었다. 연기를 들이마신 탓에 목소리가 쉬어 있었지만 이상하리만치 담담했다. “더 말 안 할게요. 사당에 CCTV 있잖아요.” 임정숙은 즉시 이만성을 돌아봤다. “가서 CCTV 틀어 와. 누가 그렇게 배짱이 큰지 보자.” CCTV라는 말이 나오자 조가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조가희의 흔들리는 눈빛이 박태윤 쪽으로 급히 향했다. 살려 달라는 눈빛이었다. 박태윤은 조가희의 시선을 받자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막 밖으로 나가려던 이만성을 불러 세웠다. “볼 필요 없어요.” 사람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박태윤에게 쏠렸다. 박태윤은 임정숙을 향해 고요하게 말했다. 흔들림도, 망설임도 없었다. “방금 사당 앞을 지나다가 전부 봤습니다. 불 지른 사람은 문서아예요.” 문서아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박태윤을 쳐다봤다. ‘CCTV만 보면... 적어도 한 번쯤은 공정하게...’ 문서아는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박태윤은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대놓고 조가희를 감쌌다. 사당 방화라는 큰 죄를 문서아의 머리 위에 그대로 씌웠다. “박태윤...” 문서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다시 말해 봐.” 박태윤은 시선을 내리깔았다. 문서아의 눈빛을 피하듯, 목소리만 차갑게 정돈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칼처럼 박혔다. “내가 직접 봤어. 네가 사당에 불을 질렀어.” “이런 망할 년아!” 임정숙이 완전히 폭발했다. 손가락으로 문서아를 가리키며 온몸을 떨었다. “문서아, 네가 감히 사당에 불을 질러? 지금은 사당이더니, 다음에는 우리 사람도 태워 죽이겠어?” 임정숙이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끌어내. 마당에 묶어 던져버려. 하루 밤낮 무릎 꿇게 해. 내 허락 없이는 누구도 일으켜 세우지 마! 어디 또 기고만장해 봐!” 문서아는 거칠게 끌려 나갔다. 차가운 돌기둥에 묶인 채 마당에 내던져졌다. 초겨울 바람이 얇은 옷자락 사이로 파고들자 뼛속까지 시렸다. 등과 팔, 다리의 아직 다 아물지 못한 상처들이 결박에 쓸리며 다시 찢어졌다. 차가운 통증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문서아는 불이 환하게 켜진 거실 쪽을 바라봤다. 박태윤은 놀란 조가희를 낮은 목소리로 달래고 있었다. 조심스럽고, 다정하고, 온전히 조가희의 편인 얼굴이었다. 문서아는 죄인처럼 버려졌다. 문서아가 하지도 않은 죄로 벌받았다. 차가움과 통증 속에서 문서아는 의식이 조금씩 부서졌다. 끝내 시야가 까맣게 꺼졌고 문서아는 다시 기절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병원이었다. 그리고 침대 옆에는 박태윤이 앉아 있었다. 박태윤이 담담하게 말했다. “네가 이번 일로도 정신을 못 차리면 답이 없어. 앞으로는 얌전히 있어. 어머니 화나게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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