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그 이후로 강주혁은 다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시간은 조용하고 담담하게 흘러갔다.
유한나의 작업실은 점차 자리를 잡아갔다.
그녀가 맡은 한 편의 소규모 다큐멘터리 음악은 공기처럼 맑으면서도 생명력이 느껴지는 선율로 업계 호평을 얻었다.
의뢰는 점점 늘어났지만 그녀는 하나하나 신중히 가려 받으며 음악 그 자체를 존중하는 작품만을 선택했다.
이제 그녀는 어떤 타이틀에도 기대지 않는 그저 작곡가 유한나였다.
민지는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했고 새 유치원에서 친구도 사귀었다.
유도준은 자연스럽게 민지의 비어 있는 아버지의 자리를 채워갔다. 오히려 기대 그 이상이었다.
그는 아이와 함께 DIY 놀이도 했고 끝없는 질문에도 인내심 있게 답해 주었고 악몽을 꾼 밤에는 침대 곁을 지켰다.
민지는 점점 더 유도준에게 의지했다.
신지수와 유지환은 마침내 안심한 얼굴로 두 사람에게 공간을 내주려 부부 여행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유도준은 집안의 크고 작은 일들을 도맡았다.
전구가 나가면 가장 먼저 사다리를 들었고 배수관이 막히면 소매를 걷어붙였다.
그는 유한나가 어떤 커피 원두를 좋아하는지 민지가 어떤 과일에 알레르기가 있는지도 기억했다.
또한 작업실의 계약 분쟁을 대신 처리해 주면서도 단 한 번도 공을 내세우지 않았다.
유도준은 더 이상 선을 넘지 않고 오히려 예전보다 훨씬 더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다만 가끔 유한나가 밤새 작업하다 책상에 엎드려 잠들면 깨어났을 때 그의 재킷이 조용히 어깨에 덮여 있을 뿐이었다.
작곡이 막혀 짜증을 낼 때면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내려놓고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비워 주기도 했다.
묵묵한 배려는 소리 없는 봄비처럼 천천히 스며들었다.
유한나도 느끼지 못한 건 아니었다.
다만 그녀에게는 시간이 필요할 뿐이었다.
지난 결혼 생활은 사랑에 대한 모든 환상을 무너뜨렸고 이제 유한나가 바라는 건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공존이었다.
그리고 그 관계는 지금 눈앞에서 서서히 형태를 갖춰가고 있었다.
어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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