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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강주혁이 사죄의 의미로 보낸 보석은 다음 날 바로 별장에 도착했다. 유한나는 쳐다보지도 않은 채 도우미에게 그대로 창고에 넣어 두라고 했다. 그녀는 그 돈의 행방을 더 이상 묻지도 않았고 임서연의 일로 다시 열을 올리지도 않았다. 강주혁은 이 침묵을 그녀의 양보로 받아들인 듯했다. 그는 집에 거의 들어오지 않았고 임서연의 품을 전전하며 가십 기사를 끊이질 않았다. 무명 배우였던 임서연은 순식간에 업계 최상단으로 끌어올려졌고 과거 이력까지 죄다 파헤쳐졌다. 게시글 아래에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끝도 없이 달렸다. [결혼 전에 석 달이나 만났다고? 이 정도면 강주혁 연애사 기준에서 거의 최장 기록 아닌가?] [5년 지나서도 다시 만날 정도에, 옆에 여자도 더 이상 없다니... 대단하네.] [웃긴 게 예전에 강주혁이 지금의 와이프를 꼬실 때도 딱 이랬잖아. 모든 관계 정리하고 뭐든 다 해주고. 역사는 늘 반복된다더니...] 반복이라는 말이 예기치 않게 기억의 자물쇠를 찔렀다. 유한나는 잠시 멍해졌다. 강주혁은 그녀를 따라다닐 때 정말로 모든 불미스러운 관계를 끊었다. 그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서울 사람 전체가 알고 있을 정도였다. 강주혁은 유한나를 위해 난폭하게 차를 몰고 몸싸움을 벌이고 그녀를 위해 전부를 걸었다. 그래서 안서희가 간 기증을 해준 뒤 결혼이라는 조건을 내밀었을 때 받아들였다. 안서희는 그녀만이 강주혁의 마음을 묶어둘 수 있다고 했다. 유한나 역시 자신이 예외라고 믿으며 강주혁이 기댈 수 있는 마지막 항구라고 생각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우습기만 하지.’ 유한나는 자기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결혼 전부터 직접 키워온 작곡을 중심으로 한 개인 스튜디오였다. 이틀 뒤면 스튜디오와 한 브랜드의 협업 발표회가 예정되어 있었다. 올해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였다. 유한나는 막대한 공을 들였고 브랜드 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영화계 최고 여배우를 특별 게스트로 초청해 두었다. 그런데 발표회 당일, 스포트라이트가 켜지고 사회자의 힘찬 멘트와 함께 무대에 오른 사람은 밝게 웃는 임서연이었다. 유한나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그녀는 무대에 뛰어들어 행사를 망칠 수는 없었다. 어느새 입장해 있던 강주혁이 와인잔을 든 채 그녀 옆에 서 있었다. 누구의 짓인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강주혁 씨, 당신이 무슨 권리로 내가 정해둔 게스트를 바꿔요?” “좋은 건 안으로 돌려야지.” 그는 태연하게 답했다. “임서연 요즘 화제성도 있고 이미지도 좋아. 한번 얼굴 비추면서 이슈 만들기 딱이잖아. 우린 부부잖아. 네 자원이 곧 내 자원이나 다름없는데 선 그을 필요 있어? 마침 쟤한테 뭘 밀어줘야 하나 고민이었는데 이번에 당신이 좀 도와줘. 응? 서연이가 돈 벌어다 주면 그 신탁금 일부도 상쇄되는 거고.” 강주혁의 말에 유한나는 속이 뒤집히는 걸 느꼈다. 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치솟는 충동을 눌렀다. 이번 발표회는 유한나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것이었기에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 발표회를 망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주력 제품 소개 단계에 들어서자 임서연은 바로 허점을 드러냈다. 그녀는 중요한 설명을 하다 말고 대본을 잊은 듯 멈춰 섰다. 기자가 질문을 던지자 임서연은 완전히 당황해 말을 더듬었다. “그게... 기술적인 부분은 좀 복잡해서요. 앱 알고리즘이랑 비슷한 원리라고 보시면...” 객석 여기저기서 억눌린 웃음과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 브랜드 측 관계자의 표정은 이미 굳어 있었다. 그때 지나치게 긴장한 임서연이 전시대 위의 물컵을 건드렸다. 물은 그대로 옆에 놓인 전시용 스피커 위로 쏟아졌다. 삐! 귀를 찢는 듯한 소음과 함께 화면이 몇 번 깜박이더니 완전히 꺼졌다. 현장은 순식간에 술렁였다. “헐, 탄 거야?” “저 정도면 그냥 행사 망치러 온 거 아니야?” “기본적인 것도 설명 못 하는데 왜 저런 사람을 초청한 거야?” 임서연은 무대 위에서 굳어버린 채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강주혁을 바라봤다. 강주혁은 경호원을 불러 그녀를 무대에서 내려보내게 한 뒤 잠시 달래고는 유한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서연이가 너무 긴장해서 그래. 다음에는 미리 준비시키면 되지.” 발표회는 결국 서둘러 마무리될 수밖에 없었다. 유한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핸드폰이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첫 문자는 원래 초청하려던 여배우의 매니저에게서 왔다. 협업 신뢰를 저버렸다는 항의였다. 곧이어 협업 브랜드 측에서 공식 메일로 오늘 사고에 대한 설명과 손해배상 논의를 요구했다. 그리고 논의 중이던 몇몇 프로젝트의 담당자들이 협업을 재검토하겠다는 완곡한 메시지를 보내왔다. 마지막으로는 스튜디오 내부의 긴급 보고였다. 이미 세 곳의 협력사가 공식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위약금 청구를 예고했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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