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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유한나는 강주혁의 얼굴을 보지 않고 그 대신 핸드폰 화면을 그대로 들어 올렸다. 화면에는 협력 브랜드의 공식 항의 메일과 계약 해지 통보서 그리고 스튜디오에서 보낸 막대한 손실 예상 보고가 줄지어 떠 있었다. 강주혁은 화면을 훑어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작은 사고잖아. 사람 시켜서 처리할게. 손해가 얼마든 두 배로 보상해 주면 되잖아.” 그는 그대로 테라스로 나가 전화를 걸었고 그 사이 임서연이 고개를 들어 유한나를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의 당황한 기색은 온데간데없고 남은 건 노골적인 조롱뿐이었다. “봤죠?”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한마디만 하면 주혁 씨는 당신 작업실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나한테 발판으로 내줘요. 유한나 씨, 나라면 진작 눈치 챙겨서 스스로 물러났을 텐데 왜 굳이 강씨 가문 사모님이라는 자리 붙들고 있으면서 사람들 눈총을 받는 거예요? 2년 동안 울고불고 난리 치고 죽겠다고 소동 피우면서 미친 여자처럼 체면 다 버렸잖아요. 그래서 얻은 게 뭐예요? 남자 마음 하나 못 붙잡고.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까지 처참하게 지는 건 보는 제가 다 창피할 정도예요.” 유한나는 오만한 그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가 문득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내가 미친것처럼 행동한 적도 있지. 그런데 내가 예전에 어땠는지 알면서도 내 앞에서 설쳐?”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한나의 손이 임서연의 뺨을 후려쳤다. 짝! 날카로운 소리가 휴게실 안을 울렸다. 임서연은 비틀거리며 한발 물러섰고 뺨을 감싸 쥔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임서연은 유한나가 이렇게 바로 손을 댈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눈치였다. 거의 동시에 통화를 마친 강주혁이 몸을 돌렸다. 그가 본 장면은 유한나의 손이 임서연의 얼굴로 향하는 순간과 임서연이 바닥에 주저앉는 모습이었다. “유한나!” 강주혁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는 성큼 다가와 유한나를 거칠게 밀쳐내고 임서연을 품 안으로 끌어안았다. 유한나는 갑작스러운 힘에 떠밀려 뒤로 크게 휘청이며 전시 테이블의 날카로운 모서리에 옆구리를 세게 부딪쳤다. 숨이 턱 막히는 통증이 몰려오며 식은땀이 한순간에 등을 적셨다. 그러나 강주혁은 그녀의 상태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임서연의 얼굴부터 확인한 뒤분노에 찬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유한나! 이제 그만 좀 해! 두 배든 세배든 다 보상해 준다잖아. 전에는 차나 부수고 클럽에 불이나 내더니 이제는 사람까지 때려? 왜 이렇게 독해졌어?” ‘내가 독해졌다고?’ 유한나는 테이블 가장자리를 붙잡고 이를 악물며 몸을 일으켰다. “내가 이렇게 행동하는 게 독한 거라고? 그럼 당신은? 딸 돈을 빼돌리고 내연녀를 데리고 와서 아내 사업을 박살 낸 남편은 뭐가 되는데? 파렴치한?” 강주혁은 한 번도 이렇게 정면으로 맞받아친 적 없는 그녀의 모습에 분노로 가슴이 크게 들썩였다. 그는 손가락으로 유한나를 가리켰다. “유한나, 네가 언제까지 이렇게 버틸 수 있는지 두고 보자.” 그는 임서연을 꼭 끌어안고 뒤돌아 걸어 나가며 단 한 번도 유한나를 돌아보지 않았다. 옆구리의 통증은 점점 또렷해졌지만 가슴은 오히려 더 무감각해졌다. 유한나는 천천히 바닥으로 주저앉아 눈을 감았다. 그 한 번의 밀침, 옆구리에 남은 선명한 통증이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그녀가 미간을 찌푸리는 것조차 마음 아파하던 남자는 이미 오래전에 죽었다는 것을 말이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핸드폰 벨 소리가 적막을 깨뜨렸다. 안서희였다. 유한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머님.” “한나야.” 안서희의 목소리에는 미안함이 묻어 있었다. “절차는 거의 마무리됐어. 늦어도 닷새면 전부 끝날 거야. 걱정하지 마. 주혁이가 잘못한 거 나도 다 알아. 네 몫으로 돌아가야 할 재산은 변호사들한테 정확히 정리하라고 했어. 너랑 민지, 절대 손해 보게 안 할게.” “감사합니다, 어머님.” “그리고...” 안서희가 잠시 말을 멈췄다. “곧 있으면 네 아버지 돌아가신 지 100일째 되는 날이야. 관례대로 집에서 모이긴 해야 하는데... 지금 네 상황에 이런 부탁 하면 안 되는 거 알아. 그래도 그 사람이 생전에 너를 많이 아꼈잖아. 이번 한 번만 나 좀 도와주면 안 되겠니?” 유한나는 잠시 침묵했다. 강주혁의 아버지, 강태수가 살아있을 때 그녀에게 꽤 다정했다. ‘이건 완전한 끝을 위한 마지막 자리이기도 해.’ “알겠어요, 어머님. 제가 준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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