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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이 말을 들은 서은채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 일은 다시는 입에 올리지 마!” 서윤미는 다급하게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서은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단호한 말투로 덧붙였다. “시혁이가 나를 좋아하는 건 순전히 나라는 사람 때문이야. 과거의 일과는 전혀 상관없다고!” “물론이지!” 서윤미도 바로 맞장구를 쳤다. 잠시 후 그녀는 계속 말했다. “걱정하지 마, 언니, 형부는 분명 임수아랑 이혼할 거야. 원래 그들 결혼도 그 늙은 할망구 때문이었잖아. 형부는 임수아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서은채의 마음은 복잡했다. ‘맞는 말이야. 시혁이는 정말 임수아를 좋아하지 않아. 하지만 그렇다고 날 사랑한다는 뜻도 아니지. 만약 정말 사랑했다면 그렇게 헤어지자고 했을 때 바로 동의하지도 않았을 거고 임수아랑 결혼하지도 않았을 거야.’ 그때 헤어지자고 한 건 단지 그를 자극해 자신을 더 신경 쓰게 만들려는 속셈이었는데 그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바로 승낙해 버렸다. 그래서 그녀는 윤시혁과 자기 사이의 관계에 대해 조금의 가늠도 안 됐다. 서윤미는 계속 말했다. “그리고 언니, 언니가 왜 교통사고를 당했는지 잊지 말아야 해! 형부와 임수아 모두 책임이 있어. 2년 동안 형부는 그 일로 계속 자책하고 있었어. 책임감 있는 형부는 절대 언니를 버리지 않을 거야. 분명히 책임을 질 거라고!” 서은채는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건 이런 책임이 아니었다. 서윤미가 위로했다. “됐어, 언니, 너무 생각하지 마! 그냥 형부가 임수아랑 이혼하고 언니랑 결혼할 때까지 기다리면 돼.” 서은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한편, 성혜란은 서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여보, 저를 부르셨어요?” 그녀를 본 임정민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당신, 수아랑 무슨 일 있었어? 당신이 집에 돌아오지 말라고 했어?” 이 말을 들은 성혜란은 잠시 멈칫했다가 얼굴이 굳었다. “이런! 우리 딸이 정말 대단하네! 이제는 아버지한테 고자질도 하고!” “도대체 무슨 일이야?” 임정민은 다시 물었다. 성혜란은 콧방귀를 뀌며 일을 과장해서 설명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임정민의 미간은 더욱 찌푸려졌다. “제작자가 현지를 선택하지 않은 건 수아와 상관없다고 했으면 당신이 수아를 오해한 거잖아. 나중에 사과는 했어?” 성혜란은 당당하게 말했다. “제가 오해했다고 바로 말했어요. 뭘 더 바라요? 엄마라는 사람이 허리까지 굽혀서 사과해야 한다는 거예요?” 임정민은 되물었다. “수아를 오해하고 때리기까지 했으면서 사과를 안 해야 한다는 거야?” 그는 성혜란을 깊게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당신, 너무 현지만 편애하는 거 아니야? 수아가 우리 친딸이라는 걸 잊었어?” 그 말을 들은 성혜란의 얼굴에 희미한 변화가 일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손을 꽉 쥐었다. 한참 지난 후 그녀는 임정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요, 인정할게요. 제가 현지를 좀 편애한 것 같아요. 어쨌든 현지는 제가 키웠으니 감정이 다른 게 당연하죠! 수아는 친딸이지만 우리 사이엔 공백기가 너무 길었어요. 게다가 보육원에서 자랐고 이상한 친구들도 사귀고 예의도 없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녀는 머뭇거리더니 임정민의 표정을 살피고 입꼬리를 올려 애교 섞인 말투로 말했다. “알았어요! 이제부터 잘 대해줄게요, 됐죠? 여보, 화 풀어요.” 임정민은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고 지시했다. “수아에게 전화해서 사과하고 오늘 밤에 윤시혁 대표님과 같이 식사하러 오라고 해.” 성혜란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네? 저...” 그녀는 임정민의 날카로운 눈빛에 말문이 막혔다. “문제 있어?”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강압적이었다. 성혜란은 입술을 깨물며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할게요.” 서재를 나오자마자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휴대폰을 꺼내 임수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임수아의 목소리를 듣자 성혜란은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임정민의 압박 때문에 불만을 삼켜야 했다. “수아야, 전에 너를 오해한 건 엄마 잘못이었어. 사과할게. 집에 오지 말라는 말도 그냥 화난 마음에 한 말이야. 이 집은 네 집이니까 언제든지 오고 싶을 때 오면 돼.” 임수아는 비웃음을 터뜨렸다. 성혜란의 사과가 진심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아버지의 말은 거역할 수 없으니 사과하는 거겠지.’ 성혜란은 다시 말했다. “수아야, 엄마가 이렇게까지 사과했는데 이젠 화 좀 풀어줄래? 저녁에 시혁이랑 같이 식사하러 와.” 임수아는 웃으며 대답했다. “미안해요, 엄마, 오늘 밤엔 정말 일이 있어서 못 가요. 아빠께는 제가 시간 내서 찾아뵐 거라고 전해주세요.” 이 말을 들은 성혜란의 표정은 바로 변했다. “임수아! 무슨 뜻이야?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건방지게 구는 거야?”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임수아는 웃음이 나왔다. ‘어쩌면 연기 전공이었을지도 모르겠네.’ 임수아는 어깨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입꼬리를 올렸다. “엄마의 사과는 잘 받았어요. 하지만 오늘은 정말 일이 있어서 못 간다고요. 그걸 왜 건방지다고 하시는지...” 그녀의 목소리는 의미심장해졌다. “아니면 혹시 엄마의 이 사과가 진심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하는 거라서 그런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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