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3화

임수아는 더 환하게 웃으며 장난기 어린 말투로 말했다. “그렇다면 그쪽 얼굴에 상처를 내도 내가 한 짓이라는 증거가 없잖아?” 이 말에 심수빈은 금세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당황스럽고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 이내 곧 얼굴이 창백해지기까지 했다. “흥, 흥분하지 마. 내, 내가 말하면 될 거 아니야.” 협박을 마주한 심수빈은 바로 꼬리를 내렸다. 그녀는 침을 꼴깍 삼키며 다급하게 말했다. “미연 언니가 나한테 그쪽 알몸사진을 찍으라고 시켰어. 그걸로 그쪽이 쥐고 있는 약점을 빼앗아 오려고.” 임수아가 반달 눈웃음을 하면서 말했다. “진짜 그런 거야?” “진짜야. 하늘에 맹세해.” 심수빈은 단호한 말투와 함께 잠깐 머뭇거리더니 한마디 덧붙였다. “술에 탄 약도 그저 약간 진정 효과가 있는 최면제 같은 거야. 진짜야.” 임수아는 살짝 눈썹을 움찔했다. 다행히 성미연은 아직 누군가에게 임수아를 성폭행하라고 시킬 정도로 미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가 아직 모르는 건 성미연의 제일 첫 계획이 바로 누군가에게 집단성폭행을 시켜서 그걸 영상으로 찍으려는 거였다. 전에 조 대표님이 말하길 바람 숲에 올 수 있는 사람들은 저마다 부자거나 권력 있는 사람들이라고 했으니... 게다가 임수아에겐 미스테리한 남편까지 있었으니 성미연은 임수아의 배경을 제대로 파악하기 전까지는 너무 극단적으로 행동하지 못했다. 임수아는 고개를 숙여 심수빈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성미연한테 지금 바로 문자 보내. 이쪽에 좀 문제가 생겨서 와봐야 할 것 같다고. “그게...” 이 말에 심수빈은 잠시 망설였다. 표정이 어두워진 임수아는 손에 든 칼을 다시 그녀의 얼굴에 가까이 들이밀며 말했다. “아까 얼굴에 상처 내지 않았다고 지금도 상처 내지 않을 거란 법은 없잖아.” 심수빈은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바로 보낼게. 보내면 될 거 아니야.” 심수빈은 임수아가 보는 앞에서 성미연에게 문자를 보냈다. 30초도 안 돼서 성미연한테서 답장이 왔다. [지금 바로 갈게.] 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