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73장
밤의 어둠 속에서 이양범의 얼굴은 험상궂게 일그러졌다.
잠시 후 그는 심호흡을 한 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돌아가지 말고 연경으로 가지!”
이양범은 연경에 가면 재기의 발판이 될 만한 것이 있을 거라고 믿었다.
운전기사와 경호원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바로 핸들을 꺾어 방향을 틀었다.
이양범은 지금 이 시간이면 공항이든 고속철도든 고속도로든 경찰서 사람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고속도로로 가지 않고 지방 도로로 향했다.
“붕!”
차가 자금산 가장자리에 도착해서 금정 경계를 완전히 벗어날 때쯤 앞쪽 도로에서 두 대의 차량이 부딪혔다.
서로가 상대방의 탓이라며 따지고 있는 남녀가 보였다.
그들은 차도 빼지 않은 채 시시비비를 따지고 있는 통에 유일한 도로는 완전히 막혔다.
이양범의 운전기사는 어쩔 수 없이 브레이크를 밟고 조용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음이 급했던 이양범은 잠자코 기다릴 수가 없었다.
만약 사고 차량들이 경찰이라도 부르는 날엔 자신이 더욱 곤란해질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에 생각이 미치자 이양범은 운전기사에게 시시비비를 따지고 있는 두 사람 옆으로 조심히 차를 몰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그는 차창을 내려 두툼한 돈뭉치를 꺼내며 차갑게 말했다.
“그만해. 당신들 수리비는 내가 낼 테니까!”
“어서 차나 옮겨! 길 막지 말고!”
다투던 남녀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멀뚱멀뚱 이양범을 쳐다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남자는 돈을 잽싸게 잡아채며 말했다.
“형님, 당장 차 빼겠습니다.”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도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양범에게 다가와 천천히 말했다.
“어머, 마음도 좋으셔라!”
“전화번호 남겨주시면 내가 특별히 연락드릴게요. 그래도 되죠?”
이 말을 듣고 이양범의 운전기사와 경호원들은 음흉한 미소를 떠올렸다.
자신들이 모시는 이양범은 역시 매력이 철철 넘치는 남자라는 것이 입증되었다는 듯 흡족해하는 표정이었다!
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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