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일주일 뒤, 주현욱은 나와 함께 부모님을 만나러 심씨 가문으로 갔다.
주씨 가문은 서울 최고의 재벌가이다. 그러기에 이 소식을 들은 아빠는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나를 대하는 태도도 순식간에 달라졌다. 아빠는 내 손을 꼭 붙잡고 연신 나를 자신의 금지옥엽이라 불렀다.
혼담이 마무리되고 자리를 떠나려던 순간 내 등 뒤에서 날카로운 여자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
“심하영! 심하영! 내가 이렇게 된 게 다 네 탓이야! 난 절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몸을 돌리자 심영지가 휠체어에 탄 채 미친 듯이 나를 향해 돌진해 왔다. 아슬아슬한 순간에 주현욱이 재빨리 나를 끌어당겼다. 심영지는 그대로 비탈길 아래로 굴러떨어지면서 척추 신경을 다쳐 그 자리에서 하반신이 마비됐다.
바닥에 쓰러져 꼼짝도 못 하면서도 그녀는 당장이라도 나를 잡아먹을 것처럼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빠는 얼굴을 가리면서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누가 아가씨를 풀어놨어? 어서 와서 둘째 아가씨를 데려가!”
그때 주현욱이 손을 들어 아빠를 제지했다.
“듣자 하니 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가 올해 스물두 살이라던데요? 여자 나이가 차면 집에 두는 것도 한계가 있죠. 마침 제 외삼촌이 2년 전에 사별하고 아직 재혼을 안 했어요. 차라리 둘째 아가씨를 외삼촌께 시집보내 우리 두 집안이 사돈을 맺는 건 어떨까요?”
주현욱의 외삼촌은 이미 예순을 넘긴 나이였고 소문에 따르면 꽤 방탕한 인물이었다. 그의 침대에서 상처투성이로 내려온 여자들이 셀 수 없을 정도라는 말도 들은 적이 있었다.
그 말을 듣자 심영지는 나를 노려볼 여유도 없어 아빠를 바라보며 울부짖었다.
“아빠, 아빠! 저 사람한테 시집보내면 안 돼요! 나 결혼하기 싫어요. 아빠!”
아빠가 망설이자 주현욱이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그렇게 되면 우리도 진짜 한 가족이 되는 거죠. 심씨 가문이 추진 중인 수원 프로젝트에서 세강 그룹이 이익의 삼 할을 양보할게요.”
그 말이 떨어지자 아빠의 얼굴에 남아 있던 마지막 망설임마저 사라졌다. 그러고는 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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