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1장
나윤아는 원래 다시 작성된 입찰안을 받은 뒤, 대충 한 번 훑어보고 점심을 먹으러 나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입찰안보다 먼저 도착한 건 조태준의 전화였다.
어제 일이 떠오르자, 나윤아는 눈앞에서 진동하는 휴대폰을 한참 바라보다가 결국 통화 버튼을 눌렀다. "나윤아입니다."
"나 지금 나 씨 그룹 건물 아래에 있어요. 같이 점심 먹을래요?"
조태준은 그녀의 생각을 완벽하게 꿰뚫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나윤아는 단칼에 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며칠 전 몸이 안 좋았을 때 조태준에게 신세를 진 터라, 이번만큼은 쉽게 거절하기 어려웠다.
마침 사무실로 들어오던 강하윤을 힐끗 바라본 나윤아는 조태준에게 말했다. "5분 후에 내려갈게요."
전화를 끊은 뒤, 그녀는 강하윤을 향해 물었다. "방안 완성됐나요?"
강하윤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기획부장님이 두 시쯤 돼야 가능하다고 하네요."
나윤아는 의자 뒤에 걸려 있던 외투를 챙기며 말했다. "알겠어요. 내가 돌아오기 전에 책상 위에 올려놔요."
"네,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강하윤 옆을 지나치던 나윤아는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물었다. "하윤 씨, 같이 점심 먹을래요?"
강하윤이 나병서 곁에서 비서로 일할 수 있었던 건 눈치가 빠르기 때문이었다. 사무실로 들어오기 전, 이미 조태준의 차가 회사 앞에 있다는 얘기를 들었고,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그가 나윤아를 초대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나윤아의 얼굴에 번진 미소를 본 강하윤은 얼른 고개를 저었다. "전 점심에 볼 일이 좀 있어서요."
나윤아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웃는 듯 마는 듯 그녀를 바라봤다. "무서운 건 아니고요?"
그러곤 웃으며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알았어요. 나랑 같이 안 가도 되니까, 하윤 씨도 얼른 점심 먹어요."
강하윤은 순간 양심의 가책을 느꼈지만, 겉으로는 침착하게 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나윤아는 더 이상 캐묻지 않고 하이힐을 신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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