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화
“전과가 있으니까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려고요.”
하준희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괜찮으면 나랑 같이 갈래? 좋은 자리를 내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굶지 않게 해줄 수는 있어.”
눈가가 뜨거워진 심민지는 하준희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
이건 절망 끝에서 겨우 보인 한 줄기의 빛이었다.
물론 그 빛이 거짓일 수도 있었다. 고작 구치소에서 며칠 지낸 게 전부인 사이니까.
잠자리에 누웠을 때 마침 베개를 내미는 사람의 열에 아홉은 사기꾼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지금 누군가 그녀를 속인다 해도, 그건 한 진흙탕에서 다른 진흙탕으로 옮겨지는 것뿐이었다.
어느 쪽이 더 깊은지는 몰랐지만 적어도 지금 심민지가 빠진 곳은 이미 목까지 차오른 상태였다.
“준희 언니... 정말 저를 데려가 주실 수 있어요?”
하준희는 휴대폰 속 사진을 보여줬다.
“서울에 무용 학원을 하나 운영하고 있어. 당장 머물 곳이 없으면 숙소는 내가 마련해줄게. 평소에는 청소하고 연습실 정리만 해주면 돼. 할 수 있겠어?”
심민지는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꾹 눌러가며 다시 한번 말했다.
“저 전과 있잖아요. 그래도 괜찮으세요?”
그러자 하준희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웃었다.
“나도 전과 있잖아.”
하지만 하준희는 기껏해야 경미한 일로 며칠 구류된 정도라 형사 사건과는 애초에 다른 문제였다.
식사를 마치자마자 하준희는 바로 표를 끊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날 바로 서울행 올랐다.
서울 땅을 밟고서야 심민지는 비로소 자신이 ‘큰 도시’에 왔다는 걸 실감했다.
설령 하준희가 끝내 자신을 속였다 해도 받아들이겠다고 마음먹었다. 서울은 수도이고 치안도 훨씬 나았으니까.
언젠가 채권자들이 찾아오더라도 이런 곳에서는 함부로 그녀를 몰아붙이지 못할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이곳이라면 성지태라는 미친 인간을 피할 수 있었다. 심민지가 서울에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할 테니 말이다.
하준희는 그녀를 학원으로 데려가 열쇠 하나를 건넸다.
“학원 위에 다락방이 하나 있어. 앞으로 여기서 지내도 괜찮겠어? 연습실 관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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