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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나는 우리 어머니의 출산 예정일보다 두 달 이른, 귀신의 날이라고 불리는 음력 7월 14일에 태어났다. 속설에 따르면 귀신의 날 자시가 되면 닫혀있던 귀문이 열리며 저승의 병사들이 백귀를 이끌고 이승을 건너간다고 한다. 누군가는 내가 태어날 때 우리 집 마당 앞 작은 길에 얼굴이 보이지 않는 어렴풋한 것들이 미어터질 정도로 모여 있는 걸 본 적이 있다고 했다. 그것들은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문에 가로막힌 채 우리 부모님이 있는 방 안을 향해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고 한다. 우리 어머니는 그 소리에 깜짝 놀라 양수가 터졌고 힘겹게 나를 낳은 뒤 끝내 과다 출혈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 일이 있은 뒤로 마을 사람들은 점쟁이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점쟁이는 우리 할아버지가 젊었을 적 다른 사람들과 함께 도적 토벌에 나선 적이 있는데 그때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고, 내가 바로 그 억울하게 죽은 자들이 환생하여 복수하러 온 존재라고 했다. 그 말 때문에 마을 이장은 애먼 사람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으니 나를 익사시켜서 악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 할아버지는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아버지는 어머니의 죽음 때문에 나를 증오하고 미워했으며 동시에 두려워했기에 절대 나 같은 화근을 남겨둘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할아버지는 어쩔 수 없이 나를 안고 집을 떠나 기차를 타고 먼 길을 달려 한 시골에 있는 집으로 향했다. 그 집의 주인은 황씨 성을 가진 남자 황영수였다. 그는 분명히 앞을 볼 수 있음에도 사람들은 그를 장님이라고 불렀다. 할아버지가 황영수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날 이후로 나는 그곳에서 살게 되었고 두 번 다시 할아버지를 볼 수 없었다. 황영수는 성격이 더러운 데다가 욕을 입에 달고 살아 마을 사람들 중에 그와 가까이 지내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나에게만큼은 굉장히 잘해주었고 늘 최선을 다해 나를 보살펴줬다. 덕분에 나는 또래보다 훨씬 더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랄 수 있었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이 아장아장 걸음마를 배우고 있을 때 나는 이미 이곳저곳 뛰어다니며 놀 수 있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황영수는 절대 내가 외출하지 못하게 했다. 내가 밖에 나가서 놀고 싶다고 할 때마다 황영수는 차가운 얼굴로 나를 혼냈다. “조용히 해. 밖에 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줄 알아.” 또래보다 일찍 철이 든 나는 집 밖으로 나가면 황영수가 정말로 나를 버릴 거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매번 그에게 혼난 뒤에는 겁을 먹고 한동안 얌전히 지냈다. 그렇게 나는 황영수와 함께 황토로 지어진 집에서 3년간 살았다. 그러다 내 세 살 생일날에 황영수는 처음으로 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우리는 집에서 나와 한참을 걸었고, 날이 거의 어두워질 때쯤 한 허름한 사찰에 도착했다. 사찰은 황영수의 집보다 더 작았고 외딴곳에 있어 주위에 사람이 사는 집은 하나도 없었다. 사찰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황영수는 품 안에서 붉은 천을 꺼내 낡은 공양대 위에 펼쳐놓은 뒤 나를 데리고 공양대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불상 받침대에 몸을 기대어 쭈그려 앉은 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황영수에게 말했다. “할아버지, 저희 여기서 뭐 해요? 집에 돌아가서 밥 먹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황영수는 짜증을 내며 말했다. “내가 몇 번이나 얘기했지. 할아버지라고 부르지 말라고. 너처럼 단명할 놈에게 할아버지라고 불렸다가 나까지 비명횡사하라고?” 황영수는 할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게 했다. 매번 내가 할아버지라고 부르면 그는 버럭 화를 냈다. 나는 습관적으로 알겠다고 한 뒤 그에게 왜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 거냐고 물었다. “궁금한 게 뭐가 그리 많아? 그냥 조용히 내가 시킨 대로 해. 오늘 밤 너는 나랑 같이 이 공양대 아래서 꼼짝하지 않을 거야. 밖으로 한 발짝이라도 나가게 되면 우리 모두 여기서 죽는 거야. 알겠어?” 황영수는 아주 엄숙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평소처럼 화가 났을 때 겁을 주는 말투가 아니었다. 나는 한바탕 혼난 뒤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곳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어느샌가 잠이 들었다. 나는 푹 자고 있다가 별안간 들려오는 문을 두드리는 다급한 소리에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황영수는 내 팔을 콱 잡으면서 중얼댔다. “왔네, 왔어!” 황영수가 내 팔을 너무 힘주어 잡은 탓에 팔이 아팠다. 나는 궁금한 듯 물었다. “뭐가 왔어요?” 황영수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네 목숨을 앗아가려고 하는 게 왔어.” 황영수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문밖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황영수, 문 열어! 황영수, 문 열어...” 내가 말했다. “할아버지, 밖에 있는 사람이 할아버지를 부르는데요?” “조용히 해. 그리고 할아버지라고 부르지 마!” 황영수는 나를 혼낸 뒤 성을 내며 말했다. “너는 이름이 없으니까 당연히 나를 부르지. 나를 안 부르면 누구를 부르겠어? 부처님한테 문을 열어달라고 하겠어?” 문밖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아주 오랫동안 이어졌다가 끝내 멈췄다. 그리고 날이 밝은 뒤에야 황영수는 나를 데리고 공양대 아래서 나왔다. 나는 궁금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불상에 생긴 작은 균열을 가리키며 황영수에게 말했다. “이것 좀 보세요. 불상이 망가졌어요.” 황영수는 서둘러 불상 앞으로 다가가서 보더니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젠장, 처음 봤을 때부터 네가 아주 사나운 팔자라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황영수는 씩씩대면서 말했다. “네 목숨을 탐하는 것들은 이 수백 년 동안 향불을 받아온 불상조차 견디지 못할 뻔했을 정도로 흉악한 것들이야. 빌어먹을, 그냥 죽어버리지. 넌 원래 일찍 죽을 운명이었어. 그런데 이제는 나까지 네 일에 휘말려 죽임당할지도 모르겠어.” 겨우 세 살이었던 나는 황영수가 한 말의 의미를 잘 알지 못했다. 그저 황영수가 이토록 두려워하면서도 무엇 때문에 할아버지의 부탁을 받고 나를 받아주었는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황영수는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네 할아버지가 20년 전 내 목숨을 구한 적이 있어 우리 사이에 인과가 생겨버렸지. 네 할아버지가 이제 와서 뻔뻔하게 너를 살려달라고 하는데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어?” 그날 이후로 황영수의 성격은 더욱 고약해졌다. 그는 나뿐만 아니라 우리 할아버지까지 자주 욕했으나 나의 의식주만큼은 살뜰히 챙겨주었다. 그 이후로 황영수는 예전처럼 내가 집 안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했다. 오로지 3년에 한 번씩 내 생일이 될 때마다 나를 데리고 외출하여 허름한 사찰의 공양대 아래서 밤을 새웠다. 그리고 그때마다 늦은 밤이 되면 사찰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황영수의 이름을 부르며 문을 열라고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시간은 매번 더 길어졌고 불상에 생긴 균열도 점점 더 많아졌다. 내가 아홉 살 되던 해,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밤새 끊기지 않았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문을 들이받는 듯한 쿵쿵 소리까지 들려왔다. 그러다 해가 떠오르고 밖이 조용해진 뒤 갑자기 쿵 소리와 함께 불상이 산산이 조각나서 무너져 내렸다. 황영수는 바닥에 떨어진 불상의 조각들을 바라보며 화가 난 얼굴로 혼잣말을 했다. “망할, 9년 동안 숨겼는데 아무 소용이 없네. 그렇다면 더는 숨기지 않겠어. 어디 한번 붙어보자고. 네놈들이 더 강한지, 내가 더 강한지 말이야!” 그러더니 나를 향해 눈을 부릅뜨면서 말했다. “너 그동안 이름을 갖고 싶어 했지? 오늘 내가 너에게 이름을 지어줄게. 오늘부터 너는 나를 따라 황씨 성을 갖는 거야. 이제부터 네 이름은 황원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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