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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나는 9년 동안 이름 없이 살았고 원래 내 성이 뭔지도 알지 못했다. 황영수는 그동안 날 이놈이나 이 자식, 화가 날 때면 단명할 놈이라고 불렀었다. 오늘에야 비로소 성과 이름을 가지게 된 나는 너무 기쁜 나머지 집으로 돌아갈 때도 폴짝폴짝 뛰어서 돌아갔다. 그리고 더욱 기쁜 점은 그날 사찰에서 돌아온 이후로 황영수가 더는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간단히 옷 몇 벌을 챙긴 뒤 나를 데리고 떠났다. 나는 궁금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 “할아버지, 우리 어디로 가는 거예요?” 황영수는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할아버지라는 말 좀... 됐다. 이름까지 지어줬는데 네가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도록 해. 사찰의 불상이 망가졌으니 더는 이곳에 있을 수 없어. 너를 데리고 새로운 정착지로 갈 거다. 그리고 네게 풍수와 술수를 가르칠 거야.” 내가 물었다. “풍수와 술수요? 할아버지가 외우라고 했던 거요?” 그동안 나는 집에만 있으면서 황영수가 보라고 한 주역, 팔괘, 육효, 기문 등에 관한 책들을 읽었다. 그러나 황영수는 단 한 번도 그것들의 의미를 가르쳐준 적이 없었고 그저 달달 외우게만 했다. “그래.” 황영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너는 태어나기 전부터 백귀에게 시달려 선천적으로 영혼이 온전하지 않고 오행이 부족해. 그래서 3년마다 그것들이 너를 찾으러 오는 거다. 너는 아직 죽지 않았지만 몸에 양기가 하나도 없어 음기를 띤 그것들은 악귀보다도 더 강력해지지. 너처럼 살아있으면서 양기가 없는 놈은 저승의 생사부에도 이름이 기록되지 않아. 너는 음과 양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운명을 타고났어. 살아 있어도 인간이 아니고 죽어도 귀신이 될 수 없는 데다가 환생할 기회조차 가질 수 없지.” 나는 황영수의 말을 다 이해한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두려워져서 황급히 물었다. “할아버지, 그러면 저는 어떡해요?” “어쩔 수 없지.” 황영수는 탄식하며 말했다. “피하는 건 불가능하니 빌릴 수밖에.” 내가 물었다. “뭘 빌리는 거예요?” “목숨.” 황영수가 말했다.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빌려 사는 거야.”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목숨을 빌린다고요? 그런 걸 어떻게 빌려요?”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쉽지.” 황영수는 나를 향해 씩 웃었다. “앞으로 아내를 많이 두면 돼.” 그 이후로 황영수는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지 않았다. 그는 내게 풍수와 술수에 관한 지식들을 가르치면서 나를 데리고 다른 지역의 집으로 향했다. 그 집은 아주 컸고, 황영수가 살던 집 수십 개를 더한 것보다도 더 부유해 보였다. 황영수가 다가가서 문을 두드리자 잠시 뒤 주인이 나와 우리들을 맞이했다. 나는 그 집 주인이 황영수를 매우 깍듯하게 대접한다는 걸 보아낼 수 있었다. 그들은 우리에게 차를 내어주고 안부를 물었으며 심지어 음식을 대접하겠으니 황영수에게 가리는 음식은 없냐고 물었다. 황영수는 내게 그 집 주인의 이름이 조국철이고 그 지역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국철은 상상 이상으로 돈이 많으니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뭐든 얘기하라고, 사양할 필요 없다고 했다. 식사를 할 때 조국철은 사람 몇 명을 더 불러 우리와 함께 식사하게 했다. 나는 그들의 옷차림을 통해 그들 또한 상당히 부유하고 권력 있는 자들이라는 걸 알아낼 수 있었다. 심지어 그들도 황영수 앞에서 조심스럽게 굴면서 그를 천사님이라고 불렀다. 나는 궁금한 듯이 황영수에게 물었다. “할아버지, 저 사람들은 왜 할아버지를 천사님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황영수가 말했다. “나는 원래 천사님이거든!” 나는 그제야 황영수가 성질머리가 더럽고 점잖지 못한 노인인 동시에 풍수, 술수 쪽으로 아주 대단한 지위를 갖춘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에게 세 가지를 끊는다는 의미의 황삼단이라는 별명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눈빛으로 길흉을 끊고, 말 한마디로 생사를 끊고, 손으로 음양을 끊는 것. 그것이 바로 삼단이 가지는 의미였다. 그날 이후로 나와 황영수는 그곳에서 살게 되었다. 그것도 무려 1년이나 말이다. 그럼에도 조국철은 언짢은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나와 황영수가 편히 지낼 수 있도록 본인은 가족들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나가 살았고 그 집은 우리 두 사람에게 남겨주었다. 1년 사이, 황영수는 풍수와 술수에 관한 것들을 내게 아주 자세하게 가르쳐 주었다. 그러다 내가 그가 가르친 것들 중 대부분을 배우게 되었을 때, 황영수는 나를 홀로 그 집에 둔 채 혼자 떠났다. 그는 나를 위해 목숨을 빌려오겠다고 했다. 떠나기 전, 황영수는 내게 재차 당부했다. “명심해. 내가 떠난 뒤에는 절대 낮에 밖에 나가면 안 돼. 비가 내려도, 바람이 몰아쳐도 절대 안 돼. 그리고 지진이 일어나든, 불이 나든 절대 밤에는 나가면 안 돼! 특히 3년에 한 번, 네 생일 때는 꼭 조씨 가문 사당 안 공양대 아래 숨어있어야 해. 밖에서 누가 부르든 절대 대꾸하면 안 돼. 누가 문을 열라고 하든 절대 열면 안 돼. 알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할아버지.” 황영수가 떠난 뒤 나는 그가 당부한 대로 매일 집에만 있었다. 낮에는 마당에 있는 정자에서 황영수가 가르쳐준 풍술과 술수를 연구했고 날이 어두워지면 집 안으로 들어가 잠을 잤다. 12살 생일에도, 15살 생일에도 나는 황영수가 당부한 대로 조씨 가문 사당 안 공양대 아래 숨어 있었다. 밖에서 아무리 문을 부술 듯이 두드려도, 내게 문을 열라고 해도 꿈쩍하지 않았다. 황영수가 떠난 뒤 8년이 훌쩍 지났다. 난 8년 동안 집에만 있으면서 황영수가 가르쳐준 것들을 완벽히 익히게 되었다. 그동안 조국철은 가끔 집으로 찾아와 내게 먹을 것들을 가져다주었다. 덕분에 나는 사계절 내내 옷이 부족한 적도 없고, 배를 곯거나 추위에 떨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내 18살 생일 때 황영수가 갖은 고생을 한 듯이 초라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안부를 물을 새도 없이 바로 내게 짐을 챙겨서 예전에 살던 집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조국철의 집을 떠나게 되었을 때 황영수는 사뭇 진지한 얼굴로 내게 얘기했다. “이 조씨 가문의 조상은 큰 공덕을 쌓은 분이야. 그렇지 않았다면 조국철이 이렇게 부자가 됐을 리가 없지. 조국철은 너를 8년 동안 키워줬고 조상의 공덕으로 널 대신해 두 번의 재앙을 막아줬어. 그러니까 너는 이 집안에 아주 큰 빚을 진 거야. 앞으로 반드시 갚아야 해!” “우리 일맥은 다른 것보다도 남에게 진 신세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만약 네가 앞으로 살아남게 된다면 조씨 집안 사람들이 찾아왔을 때 어떤 부탁을 하든 절대 거절해서는 안 돼!” 나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황영수는 그 뒤로 말을 아꼈다. 그는 나를 데리고 다시 예전의 그 시골 마을에 있는 집으로 돌아갔고, 내게 호미를 사용해 그가 선택한 방위대로 집 주변의 공터에 1미터 넘는 깊이의 작은 구덩이 아홉 개를 파게 했다. 구덩이를 다 파놓자 황영수는 품 안에서 작은 주머니 아홉 개를 꺼내더니 내게 머리카락 아홉 올을 뽑으라고 한 뒤 주머니 안에 내 머리카락을 한 올씩 넣어두었다. 그러고 나서는 부적으로 주머니를 감싼 뒤 구덩이에 하나씩 넣어두고 흙으로 파묻었다. 나는 옆에서 그 과정을 전부 지켜보다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할아버지, 제 머리카락을 땅에 파묻어서 제 운명을 바꾸시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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