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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그럼. 내가 뭐 흙장난이라도 하겠다고 너한테 땅을 파라고 했겠어?” 8년이 흘렀음에도 황영수는 여전히 성격이 좋지 않았다. 그는 손에 묻은 흙을 털어내면서 퉁명스레 말했다. “도를 닦은 이들은 하늘을 거슬러 아내나 남편, 부모님을 잃거나 자식이 없거나, 장애를 안고 살거나, 평생 가난하거나, 권력을 누리지 못하거나 단명할 팔자지. 그러나 그들도 그중에 기껏해야 두세 개쯤 해당해. 그런데 너는 태어날 때부터 그걸 전부 다 떠안고 태어났어. 평생 부모님도, 아내도, 자식도, 친척도 없을 것이고 돈도 권력도 없이 살 운명이지.” “너의 운명을 바꾸지 않는다면 언젠가 길을 걷다가 자기 발에 걸려 넘어져서 그대로 죽어버릴지도 몰라.” 나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하지만 할아버지, 이런 건 보통 하나만 심으면 되는데 왜 저는 아홉 개나 심은 거예요?” “너는 생사부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놈이야. 운명을 바꾸려면 일단 바뀔 운명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 황영수가 말했다. “지금 내가 이것들을 심는 이유는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네 아홉 명의 아내를 위해서야.”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어리둥절해졌다. 내게 언제 아내가 생겼다는 말인가? 게다가 아홉 명이나 된다니. 황영수가 설명했다. “나는 지난 8년 동안 갖은 고생 끝에 너와 사주가 잘 맞고 기운이 센 여자 아홉 명을 찾아내 너와 결혼 약속을 하게 했어. 내가 이것들을 심어서 명리를 강화한 뒤 네가 그 아이들과 결혼한다면 그들의 기운이 너를 지킬 것이고 운명을 거슬러 네게 목숨을 빌려줄 거다. 그렇게 되면 하늘이라고 해도 절대 네 목숨을 앗아갈 수 없을 거야.” 나는 조금 망설이며 물었다. “할아버지, 아홉 명이랑 다 결혼해야 해요? 그중에 몇 명이랑만 하면 안 돼요?” 솔직히 말해 결혼 자체에는 별다른 불만이 없었다. 게다가 이건 내 목숨이 달린 일이 아닌가? 그러나 아홉 명과 결혼하는 것은 그와는 별개의 일이었다. 내가 원한다고 해도 상대방이 원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에 한 명이라도 부족하다면 너는 절대 목숨을 건질 수 없어!” 황영수는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다. “그리고 내가 언제 아홉 명만 있다고 했어? 따라와 봐!” 황영수는 그렇게 말하더니 나를 끌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나는 흠칫했다. 낡은 가구들이 있던 집안은 어느샌가 텅 비어 있었다. 대신 벽에는 흰 종이로 글자가 오려져 있었고 그 종이 아래에는 공양대가 놓여 있었으며 공양대 위에는 흰색 초 두 대, 향로 하나, 저울 한 개, 삶은 소고기, 양고기, 돼지고기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공양대 양쪽에는 각각 남자와 여자를 상징하는 종이 인형이 하나씩 놓여 있었고 공양대 앞에는 조금 오래되어 보이는 관이 있었으며 그 관 위에는 위패가 하나 놓여 있었다. 나는 이런 광경을 보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혹시 명혼을 시킬 생각인 걸까? 나는 경악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황영수를 바라봤다. “할아버지, 이건...” “조용히 해. 죽고 싶지 않으면 내 말 들어!” 황영수는 내 말을 끊더니 관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했던 말 기억하지? 네 양기를 전부 빨아들인 그것들은 3년에 한 번씩 너를 찾아올 거야. 그리고 3년마다 작은 재앙, 9년마다 큰 재앙이 찾아올 거야. 지난번에는 사찰 안에 있던 불상이 큰 재앙을 막아줬지만 이번에는 지난번보다 훨씬 더 험한 게 찾아올 거야.” “불상은 이미 박살 났고 조씨 가문 사당의 위패는 불상보다도 훨씬 약해. 너를 위해 작은 재앙은 막아줄 수 있지만 아주 험한 게 오면 결국엔 그조차도 아무 소용이 없게 될 거야. 그러니 내 말대로 얌전히 결혼해서 네 아내의 도움을 받아. 그러면 이번 재앙을 넘길 희망이 있어. 만약 내 말을 듣지 않는다면 너는 이번에 틀림없이 죽게 될 거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심경이 복잡해졌으나 결국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죽은 사람과 결혼하는 것보다는 죽는 게 더 싫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는 황영수의 지시대로 관 위에 놓인 위패와 결혼식을 치르게 되었다. 의식을 마친 후 황영수는 빠르게 혼서를 쓴 뒤 내게 그 위에 이름을 적으라고 했다. 그러고는 그것을 향로에 넣어 태워버린 뒤 두 종이 인형을 들고 밖으로 나가 문 양옆에 내려놓았고 관 위에 있던 위패를 문밖의 정중앙에 놓았다. 그 뒤 황영수는 서서히 어두워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면서 말했다. “가서 공양대 아래 숨어 있어. 무슨 소리가 들리든 절대 나오지 마.” 황영수는 내게 공양대 아래 숨어 있으라고 했다. 그와 함께 숨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나는 황급히 물었다. “할아버지, 그러면 할아버지는요? 할아버지는 안 숨어있는 거예요?” 황영수는 미간을 찌푸린 채 손가락을 짚으며 생각을 해보더니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오늘 밤에는 아주 험한 것이 찾아올 거야. 네 아내가 막지 못할 수도 있으니 내가 여기서 버티고 있어야지.” “할아버지, 아까... 아까 제 아내가 막아줄 거라고 하셨잖아요.” 나는 그 말을 듣고 초조해졌다. 내가 걱정돼서가 아니라 황영수가 걱정됐기 때문이다. 내가 아홉 살 되는 해 찾아온 것이 얼마나 흉악했는지 나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황영수의 말에 따르면 그 허름했던 사찰의 불상은 수백 년 동안 향불을 받아와 신의 기운을 약간 띠고 있었다. 그래서 바위로 만든 것임에도 그것을 금불상으로 볼 수 있었다. 물론 한동안 사람들이 찾지 않아 신의 기운 또한 많이 약해졌지만 일반적인 귀신들은 절대 건드리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날 찾아온 것은 그 불상마저 막아내지 못할 뻔한 존재였으니 얼마나 험한 것인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게다가 황영수의 예감에 따르면 오늘 찾아오는 것은 그날 밤보다 더욱 험한 것이었다. 나는 황영수가 풍수나 술수에 능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가 귀신을 잡거나 제압할 수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만약 나와 결혼한 내 아내가 그것을 막아내지 못해 그것이 쳐들어온다면 황영수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지, 확실히 막을 수 있다고는 안 했어.” 황영수는 그렇게 말한 뒤 다시 손가락을 짚으며 점을 쳐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아주 위험해. 너를 넘보는 것들은 아주 흉악할 뿐만 아니라 사악해. 내 실력이라면 그것들을 물리칠 가능성이 70, 80% 정도야. 확실히 물리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어.” 나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황영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할아버지, 저도 여기 남아서 도와드릴게요.” “뭘 여기 남아있어? 저것들은 너를 노리고 온 거야. 너를 찾지 못한다면 그나마 순순히 돌아갈지도 모르지만 정말 너를 발견한다면 아주 미친 듯이 날뛸 거야!” 황영수는 화를 내면서 나를 노려보더니 내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 나는 생사와 음양을 끊을 수 있는 황삼단이라고. 나는 이미 18년 전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 그러니까 준비도 단단히 했지.” 황영수는 그렇게 말하더니 자신이 메고 있던 가방 안에서 민소매를 하나 꺼냈다. 민소매는 아주 얇았는데 재질이 조금 독특했다. 나는 그것을 자세히 바라보다가 놀란 듯이 말했다. “이건... 사람 가죽으로 만든 옷인가요?” 놀라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예전에 황영수가 준 책에서 그런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인피로 만들어진 옷은 진짜 사람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사악한 법기였다. 게다가 죽은 사람이 아니라 산 사람이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벗겨서 만든 것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가죽이 벗겨진 사람은 영혼이 흩어져 윤회조차 할 수 없었기에 인피로 만들어진 옷은 사악한 법기라고 불렸다. “그래. 이건 인피로 만들어진 옷이야. 심지어 내가 직접 만든 거지.” 황영수는 들고 있던 옷을 한 번 털더니 나에게 질문했다. “내가 누구의 가죽을 썼는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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