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나는 한 마리 토끼가 눈앞을 스쳐 지나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걸 보았다.
“나 괜찮아.”
의식은 완전히 돌아왔지만 몸에는 힘이 거의 없었다. 눈앞의 조옥정을 보는 순간 마음이 저릿하게 아팠다. 조옥정의 하얗게 변한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순간, 눈물이 그대로 쏟아졌다.
“여보, 어디가 불편해요?”
조옥정은 내 표정을 읽은 듯 급히 물었다.
“아니... 마음이 불편해.”
이렇게 가까이에서 조옥정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또렷한 이목구비와 빛나는 눈, 가느다란 팔...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조옥정을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느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혼인한 지는 며칠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조옥정을 보고 있으면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편안해졌다.
조옥정이 언제 산에 올랐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조옥정의 얼굴빛은 너무 좋지 않았다.
검던 머리카락은 온통 하얗게 변해 있었고 말 한마디 하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다.
분명 조금 전, 토끼 요정을 쫓아내려고 가진 힘을 전부 쏟아부은 게 틀림없었다.
“옥정아, 옥정아...”
그때 조옥정의 기운이 눈에 띄게 약해졌고 나를 안고 있던 두 손이 힘없이 미끄러져 내려갔다.
나는 급히 조옥정을 부축했지만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품에 안긴 조옥정을 내려다보자 숨이 막힐 만큼 마음이 아팠다.
이 모든 건 내 탓이었다. 나를 구하려고 아니었다면 조옥정이 여기까지 올 일은 없었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조옥정을 이곳에서 데리고 내려가는 것뿐이었다.
나는 조옥정을 등에 업고 산 아래로 달려 내려가기 시작했다.
업어보니 생각보다 무겁지는 않았다.
아니, 설령 무겁다 해도 나는 절대 조옥정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평소 같았으면 조옥정을 업고 걷는 건 아무 일도 아니었을 텐데, 방금 토끼에게 빙의됐던 탓인지 몸이 텅 비워진 것처럼 느껴졌고, 몇 걸음 뛰지도 않았는데 금세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조옥정을 위해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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