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역겨워.”
박도운이 비웃듯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옷장 안에 손을 넣어, 임서희의 연구소 유니폼 하나를 잡아채 그대로 찢어버렸다. 연달아 유니폼 두 벌을 가차 없이 찢어버렸다.
그러다 세 번째 옷감이 손끝에 닿는 순간, 그의 손이 멈췄다.
임서희의 몸에 착 달라붙었던 실키한 원피스를 잡은 순간, 임서희가 그날 밤 그 옷을 입고 유혹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날 밤 그는 뭐에 홀린 듯, 해 뜰 때까지 몇 번이고 임서희와 사랑을 나눴다.
그 여파로 다음 날 호렌 그룹 아침 회의까지 펑크냈다.
지난 기억들이 떠오르자, 턱 밑의 울대가 들썩였다.
박도운의 손아귀가 본능적으로 조여들었다. 실키한 천이 손가락 사이에서 뭉개질 만큼.
“임서희, 내 앞에서 영영 꺼져!”
그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박도운은 이를 악물었다.
‘좋아. 그렇다면 내가 직접 네 흔적을 싹 다 없애버리겠어.’
박도운은 휴대폰을 움켜쥐고 지시를 내렸다. 그는 가장 화려하고 잔혹한 방식으로 그녀를 지우고 싶었다.
“드론 쇼를 준비해. 지금 당장!”
...
임서희는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허준혁의 전화를 받았다.
“서희야, 누군가 파이낸셜 센터 타워를 통째로 대관해서 드론 쇼를 띄운다는데, 같이 볼래?”
잠시 고민한 끝에 임서희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모레면 수술이고... 죽을 수도 있는데, 마지막으로 이 정도 호사는 누려도 되겠지?’
약속 장소에 도착한 임서희는 파이낸셜 센터 타워 옥상으로 올라갔다.
허준혁은 맨 앞줄 자리를 잡아두었다. 드론 쇼를 감상하기에는 가장 좋은 자리였다.
두 사람이 막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수십 명의 경호원들이 들이닥쳤다. 사람들이 양쪽으로 밀려나며 쭉 뻗은 길이 열렸다.
곧이어 박도운이 박이윤의 손을 잡고 걸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류가희가 몸매를 드러내며 나란히 걸어왔다.
세 사람은 임서희 바로 옆에 마련된 VIP 좌석으로 향했다.
임서희의 얼굴빛이 순간 굳었다.
박도운 역시 예상 밖의 장면에 미간을 바짝 좁혔다.
하필이면 그의 자리가 임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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