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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임서희는 호화로운 별장 거실 한가운데에 조용히 서서 자신이 3년 동안 살았던 이곳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보이는 풍경은 예전과 전혀 딴판이었다. 이미 모든 것이 낯설게 변해 있었다. 벽에는 큼지막한 액자들이 여러 점 걸려 있었고 전부 류가희의 개인 아트 화보였다. 그때 위층에서 내려오던 도우미가 임서희를 보고 소리를 질렀다. “야! 눈 똑바로 떠! 여기 있는 건 전부 사모님이 제일 좋아하시는 그림들이야. 괜히 잘못 봤다가 흠이라도 나면 네가 물어낼 수나 있어?” 임서희는 눈으로 보기만 해도 그림에 흠이 날 수 있다는 기상천외한 말에 말문이 막혔다. 시선을 옮기다가, 거실 통유리 앞에 놓인 피아노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그걸 본 도우미가 콧대를 세우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얼마나 비싼 피아노인지 모르겠지? 저건 대표님이 사모님께 드리려고 4억 주고 들여온 피아노야. 얼마나 아끼시는지 알아? 먼지 하나만 묻어도 난리 나는 분이셔. 그러니까 네가 무슨 일로 왔든, 여기 물건은 건드리지 마. 알겠어?” 마침 그때, 위층에서 묵직하고도 규칙적인 발소리가 들려왔다. 도우미의 얼굴에 서려 있던 독기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곧 공손한 표정으로 갈아 끼웠다. 그리고 굽신거리며 계단 쪽을 향해 인사했다. “대표님, 내려오셨습니까...” 임서희는 고개를 들어 계단 위를 올려다보았다. 박도운이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짙은 회색의 롱 벨벳 가운을 걸친 채 허리의 끈은 대충 묶여 있었고 헐겁게 열린 깃 사이로 선명한 쇄골과 단단한 가슴이 드러나 있었다. 깊게 가라앉은 눈동자 속에 비친 날카로움이 그가 타고난 강한 기운을 드러냈다. 그는 거실 한가운데 선 임서희를 차갑게 한 번 훑어보았다. 얼굴을 빽빽하게 뒤덮은 주근깨와 목덜미의 문신에 그의 시선이 잠시 멈췄다. “네가 그 펜싱대회 챔피언이라는 애야?” 저음의 목소리에는 은근한 탐색이 묻어 있었다. 임서희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우승자는 류가희 씨입니다. 저는 실격 처리된 선수였을 뿐입니다.” 박도운이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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