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37화

“가희야, 나 아직 할 일이 있어.” 짧게 한마디 남기고 박도운은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임서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경호 잘해. 손해 안 보게 해줄게.” 그리고 더는 머물지 않고 돌아서 계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박도운이 몸을 돌리는 순간, 차갑게 굳어 있던 얼굴에 아주 미세한 실망의 기색이 스치고 지나갔다. ‘경기장에서 그렇게 날카롭게 칼을 휘두르던 8호 선수가 서희일 거라고 착각하다니. 제정신이 아니었어.’ 그 실망은 금세 더 깊은 그늘에 덮였다. 턱 근육이 저절로 굳어지고 걸음을 재촉해 계단을 빠르게 올라갔다. 곧이어 2층에서 서재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박도운이 사라지자마자 류가희가 자리에서 일어나 임서희 쪽으로 걸어왔다. “따라오세요.” 목소리에는 노골적인 혐오와 날 선 감정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 임서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뒤따랐다. 그러나 고개를 숙이는 찰나, 마음속으로 옅은 의문이 스쳤다. ‘박도운이 그렇게 류가희를 사랑한다면 웨딩드레스 피팅하러조차 같이 가주지 않는다고?’ 그녀는 그 의문을 잠시 눌러두고 이어지는 동선에 몸을 맡겼다. 곧 두 사람은 웨딩숍에 도착해 있었다. “아, 내 다이아 팔찌! 차 조수석 수납함에 놓고 온 것 같네요. 지금 가서 가져와 주세요. 저 조금 있다가 웨딩드레스 입어 볼 건데, 그때 그 팔찌 꼭 착용해야 하거든요.” 류가희의 말에는 요구와 당연시가 뒤섞여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임서희의 눈빛에 차가운 기색이 잠시 스쳤다가 사라졌다.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침착한 걸음으로 웨딩숍을 나섰다. 조명이 닿지 않는 지하 주차장은 어둑했고 그녀가 발을 들여놓자마자 정면에서 다섯 명의 남자가 우르르 다가왔다. 모두가 험상궂은 얼굴에 비릿한 웃음을 띠고 있었다. “진짜 못생겼네. 그분 오더만 아니었으면 아무리 돈 많이 준다고 해도 이런 애는 안 건드리지.” 입꼬리를 비틀며 한 남자가 툭 내뱉었다. 임서희는 그 한마디만으로도 상황을 단번에 이해했다. ‘류가희...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