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화
임서희는 별장 거실로 들어서며 마침 계단을 내려오던 박도운과 마주쳤다.
“대표님, 복귀하겠습니다.”
“그래.”
박도운은 아무 감정도 없는 얼굴로 소파에 앉았다.
손에 들린 두툼한 서류 뭉치를 넘기며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이신영 씨, 세 살 때부터 무술을 배웠다고 했나? 이유가 뭐지?”
임서희는 잠시 숨을 골랐다.
병원에서 들었던 허준혁의 말이 떠올랐다.
‘이신영이라는 신분에 대해서는 연구실 직원들이 만든 파일 내용을 잘 숙지해 둬. 박도운이 아무리 뒤져도 쓸모없는 정보만 나올 거야.’
지금 묻는 말도 허준혁이 만들어준 가짜 이력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아챈 임서희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어릴 때 외모 때문에 괴롭힘도 많았거든요. 그래서 스스로 지키려고 무술을 배웠습니다.”
“외모 때문에?”
박도운이 코웃음을 쳤다.
“그래도 허 교수님은 정신 못 차리게 휘어잡은 모양이던데?”
임서희는 미간을 살짝 좁혔다. 이제부터가 본론이겠구나 싶었다.
예상대로 그의 목소리가 한 톤 낮아졌다.
“6년 전에 사귀던 남자 몰래 다른 남자와 바람난 걸 들켜서 파혼당했다며? 게다가 상대는 허준혁이고? 겉으론 조용해 보여도 사생활이 꽤 화려하던데?”
‘이런 정보까지 섞어놨구나. 박씨 가문 경호원 자격 미달이라고 박도운이 날 잘라주길 바랐던 거겠지?’
임서희는 목이 마른 듯 침을 삼키고 최대한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박 대표님 말씀이 맞아요. 저는 못생겼고 행실도 바르지 않고 사생활도 문란해요.”
박도운이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탁자 위에 내리쳤다.
서류가 흩어지며 공기가 가볍게 흔들렸다.
임서희는 눈을 한 번 깜빡일 뿐, 태연하게 덧붙였다.
“그런 제가 불편하시다면 지금 당장 박씨 가문 경호원 자리에서 물러나겠습니다.”
박도운의 입가에 알 수 없는 웃음이 걸렸다.
“아니? 허준혁 교수가 제일 아끼는 여자를 내가 왜 내보내? 이런 특급 인재를?”
그는 고개를 돌려 집사를 불렀다.
“이신영 씨 월급 올려. 매달 이천만 원으로.”
“예, 대표님.”
집사가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임서희는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