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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류가희는 시선을 내려 피하며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그... 자세한 건 저도 잘 기억이 안 나요. 14년 전에 보육원에 큰불이 났을 때 간신히 빠져나오긴 했는데... 그때 머리를 돌에 세게 맞아서요. 기억이 많이 흐릿해졌어요. 그래도 보육원에서 받은 은혜만큼은 잊은 적이 없어요. 재건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저도 제 힘이 닿는 만큼은 돕고 싶어서요.” 허준혁은 입가에 엷은 미소를 그었지만 그 웃음 뒤로는 쉽사리 읽히지 않는 감정이 스쳤다. 무언가 더 물으려는 순간, 뒤쪽 인파를 가르는 날 선 목소리가 들이쳤다. “허 교수님, 더 물어볼 게 있으면 저한테 물으시죠.”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두 갈래로 흩어지며 길을 만들었다. 그 틈으로 박도운이 걸어 나왔다. 그의 등장에 주변 공기가 저절로 팽팽해졌다. 류가희는 마치 구원자를 만난 듯 서둘러 앞으로 나가 그의 품에 안겼다. “도운 씨...” 눈가가 붉어진 그녀를 끌어안은 박도운은 허준혁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내 약혼자는 과거 일로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기억도 잃었고요. 그 일을 들먹여서 상처를 주는 사람은... 박씨 가문에서 가만두지 않겠습니다.” 허준혁은 남은 질문을 조용히 삼켰다. 임서희는 늘 그렇듯, 류가희로부터 반경 5미터 안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박도운이 류가희를 감싸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녀의 눈빛은 점점 더 차갑게 가라앉았다. 곧 명령이 떨어졌다. “이신영 씨, 가희를 차로 데려가.” 임서희는 즉시 눈을 떨구고 앞으로 나섰다. “류가희 씨, 이동하시죠.” 그 순간, 박도운의 짧은 한마디가 공기를 갈랐다. “호칭!” 임서희는 입술을 아주 잠깐 깨물었다가, 사람들 앞에서 또렷하게 고쳐 말했다. “사모님, 이동하시죠.” 류가희는 그 말을 듣자마자 입꼬리를 올렸다. 주변의 기자들은 모두 얼어붙은 듯 말이 없었다가, 곧 작은 속삭임들이 새어 나왔다. “박 대표님, 아직 결혼식도 안 올렸는데... 벌써 저렇게 챙기네.” “경호원한테 공식 석상에서 사모님이라고 부르게 하다니, 정말 많이 사랑하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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