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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곰곰이 생각해 보던 임서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박 대표님, 지난번에 퇴원할 때 의사 선생님이 준 진통제예요.” 박도운은 그녀가 들어있던 약병을 빼앗고는 자세하게 훑어보았다. 그녀가 못 본 사이에 약 한 알을 꺼내서 옷 안에 감추었다. 그는 약병을 돌려주면서 덤덤하게 말했다. “아직 상처가 다 낫지 않았으니 일찍 쉬는 게 좋겠어. 내일 가희랑 같이 본가에 가야 해.” 그 말에 임서희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본가에 가게 되면 박충수를 만나게 될 것이다. 지난번 만남을 끝으로 다시 만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녀는 박충수만 생각하면 심란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집사는 박이윤을 학원에 데려다주었다. 그 시각, 임서희는 박도운과 류가희를 따라 박씨 가문 본가로 향했다. 대문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본가 집사가 앞을 막아섰다. “도련님, 어르신은 절대 집으로 들이지 말라고 하셨어요. 도련님이 오신다는 걸 알고 어떻게든 막으라고...” 박도운은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입을 열었다. “가문 사용인의 월급을 주는 사람이 나라는 걸 알면서도 이러는 건가? 잘 생각해 보고 행동해.” “하지만 도련님...” “당장 비켜!” 본가 집사는 어쩔 수 없이 대문을 열어주었다. 그러자 박도운은 류가희를 데리고 본가 안으로 들어갔다. 뒤따라오던 임서희는 얼굴이 야윈 박충수를 보고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 저는 곧 가희와 결혼할 거예요. 할아버지께 소개하고 싶어서 데리고 왔어요.” 그 말에 박충수는 박도운의 곁에 앉아 있는 류가희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는 혀를 끌끌 차더니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결혼할 거라고? 너 때문에 서희는 가문에서 쫓겨났고 결국 세상을 떠났어. 전부 너 때문이란 말이다.” 박도운은 낯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그는 류가희의 손을 잡고는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할아버지, 가희가 누구인지 알면 깜짝 놀라실 거예요. 14년 전에 트센국에서 구해낸 그 꼬맹이가 바로 가희라고요!” “뭐라고?” 박충수는 미간을 찌푸린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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