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화
의식을 잃기 전,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이신영 씨, 당신 정체가 뭐야?”
깊은 밤, 박씨 가문 별장.
가문 의사들이 임서희의 상태를 살펴보았지만 속수무책이었다.
“박 대표님, 여러 지표를 확인해 보니 모두 정상이에요. 대학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해봐야 할 것 같아요.”
그 말에 박도운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이때 얼마 전에 임서희의 약병에서 몰래 빼낸 약 성분 검사 결과가 나왔다.
“중추 신경을 억제하는 진통제가 맞아요. 일반 진통제 성분의 10배 정도 높게 나왔어요.”
그 말인즉슨, 임서희가 먹고 있는 약은 병원에서 처방해 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 대표님, 지금 바로 대학 병원으로 옮길까요?”
박도운이 입을 열기도 전에 집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박 대표님, 허준혁이라는 사람이 별장에 들어오겠다고 하면서 소란을 피우고 있어요. 경호원들이 막긴 했지만 가보셔야 할 것 같아요.”
허준혁이라는 말에 박도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검사지를 내려놓고는 침대에 누워 있는 임서희를 쳐다보았다.
“계속 수치를 확인하세요. 나갔다가 바로 올게요.”
두 경호원에게 붙잡힌 허준혁은 눈시울을 붉힌 채 소리를 질렀다.
“박 대표님, 이신영은 이 별장에 있는 거죠? 내 여자 친구를 별장에 가두어 놓은 건가요? 당장 풀어주지 않는다면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신고해 보시든가요.”
비가 멈춘 후의 공기는 유난히 차갑게 느껴졌다. 박도운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별장 밖에 서 있는 허준혁을 쳐다보았다.
허준혁은 빨개진 두 눈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신영은 별장의 경호원이기에 경찰에 신고한다고 해도 소용없었다.
박도운은 어떻게 하든 빠져나가게 될 것이다. 화가 난 허준혁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신영은 체질이 남달라서 쉽게 치료할 수 없어요. 가만히 내버려두면 얼마 지나지 않아 죽는다고요.”
그러자 박도운은 차갑게 웃으면서 말했다.
“일반 진통제보다 10배 정도 더 강한 약이더군요. 무슨 병에 걸렸기에 이런 약을 들고 다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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