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화
그날 박도운이 내뱉었던 말들이 아직도 임서희의 머릿속에 깊게 새겨져 있었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박도운에게 기대를 품지 않았다. 지금 이렇게 질질 끄는 것도 그저 마지막으로 벌이는 사냥꾼과 사냥감의 승부 같은 것일 뿐이다. 그리고 그 승부는 곧 끝나게 되어 있다.
여섯 시간이 지나 송현수는 두 번째로 약을 갈아준 뒤 도우미에게 뜨끈한 한약 한 그릇을 가져오라고 했다.
“이신영 씨, 약 드세요.”
임서희는 멈칫했다.
“약을 먹어야 해요?”
“바르는 약만으로는 효과가 떨어지니까요. 몸 안에서 같이 잡아줘야 더 빠르죠. 뜨거울 때 드세요.”
송현수의 말을 들은 임서희는 미간을 살짝 좁혔다. 정말 그 이유라면 왜 처음 약을 발랐을 때는 한약을 주지 않았을까?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그릇을 받고 입술을 댄 채 아주 조심스럽게 약 냄새를 맡았다. 그러자 그녀의 두뇌에 저장된 방대한 의학 데이터가 즉시 반응했다.
안에 초오가 들어 있었다. 초오는 분명 약재지만 거기에 들어 있는 아코니틴은 강력한 독성 물질이었고 조금만 잘못 다뤄도 심장 정지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재료였다.
이 한약에 들어 있는 아코니틴의 양은 치사량의 절반 정도라 한 그릇 마신다고 죽지는 않겠지만 다음날 한 그릇을 더 먹으면 그때는 즉사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심지어 수사해도 이 한 그릇만 검사하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송현수는 임서희에게 원한이 없었다. 그렇다면 류가희가 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내가 조용히 사라지길 바라는 거야.’
임서희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원래 얼굴이 회복한 뒤 어떻게 도망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된 이상 거꾸로 이용해 먹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임서희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한약을 단숨에 들이켰고 빈 그릇을 송현수에게 내밀었다.
그릇을 받은 송현수는 멈칫했지만 최대한 차분하게 말했다.
“이신영 씨, 내일 마지막으로 약 한 번만 더 바르면 완전히 회복할 겁니다. 편하게 쉬세요.”
“네.”
의사가 나가자 임서희는 천천히 누워 눈을 감았다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