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화
박이윤은 두 눈을 꼭 감은 채 통로 벽에 기대어 있었다.
임서희는 재빨리 다가가 박이윤의 호흡과 맥을 확인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그녀는 서둘러 자신의 외투를 벗어 아이의 차가운 몸을 감싸서 본능적으로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윤아, 걱정하지 마. 아줌마가 너를 꼭 데리고 나갈게!”
그 말은 수음기를 통해 그대로 밖에 있는 박도운의 귀에 꽂혔다.
박도운의 얼굴은 굳어졌다. 그의 아들이 진짜 안에 있는 게 맞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그의 머릿속에 번개가 치듯 한 생각이 스쳤다.
‘이신영이 왜 이윤이의 이름을 그대로 부르지?’
그녀는 그동안 늘 박이윤을 ‘도련님’이라고 불렀다. 박이윤의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박도운과 박충수를 제외하면 류가희와 임서희밖에 없었다.
그때 박도운의 머릿속을 번쩍 스치는 장면이 있었다. 바로 보타사에서 이신영이 수천 장의 소원패를 태우며 단호하게 했던 말이었다.
“제 목숨을 걸고 확신해요. 이렇게 하는 건 임서희 씨의 뜻이에요.”
흔들림 없이 확신하는 걸 보니 설마 이신영이 정말 임서희란 말인가?
“말도 안 돼.”
박도운은 상상을 거두고 이성을 꽉 붙들었다.
얼굴은 성형할 수 있고 말투도 흉내 낼 수 있지만 몸은 속일 수 없다. 임서희처럼 허약하던 여자가 겨우 2년 만에 성체 사자개조차 제압하는 힘을 갖는 게 가능한가?
박도운은 아마 임서희가 놀란 박이윤을 달래주려고 일부러 친근하게 부르며 호감 사는 척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저러다가 나중에 더 많은 걸 얻어내려는 속셈이겠지.’
박도운은 이어폰을 꽉 눌러 쓰며 진의를 파악하려 했다.
지지직. 지지직...
그러나 시끄러운 소리만 들릴 뿐, 사람 목소리는 더 이상 잡히지 않았다. 수음기가 고장 난 것이다.
그 시각, 통로 깊은 곳.
임서희는 이마에 강광 손전등을 고정한 뒤 박이윤을 안고 이 더러운 곳을 벗어나려 몸을 숙이고 있었다.
그때, 귀 바로 옆에서 차갑고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역시 왔네요.”
임서희는 온몸이 굳어버렸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떨구어 손전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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