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화
하지만 임서희는 몸집이 박이윤보다 훨씬 컸고 좁은 통로가 그녀를 거의 가둬버리다시피 했기에 고작 2분 만에 여기서 빠져나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게다가 박이윤이 임서희의 움직임을 막았다. 그녀는 만약 그녀도 같이 빠져나가려 하면 폭탄이 터지는 순간의 엄청난 폭압 때문에 그들이 간신히 맨홀 근처까지 빠져나간다 해도 둘 다 튕겨나가 폭사할 거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오히려 임서희가 자기 몸으로 폭탄을 단단히 눌러 충격을 흡수하면 박이윤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박이윤이 아무리 그녀를 미워하고 원망해도 아직 어린아이였다. 그 나이에 그렇게 깊은 악의를 품을 리가 없었다. 아마 박이윤은 누군가의 손에 이용당했을 것이다.
그리고 뒤에서 아이를 조종할 만한 사람은 류가희 말고는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띡, 띡, 띡, 띡...
시간은 잔인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임서희는 어둠 속에서 급히 멀어져 가는 작은 실루엣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박이윤, 난 널 낳아줬지만 너한테 빚진 거는 없어.”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좁은 통로를 타고 그대로 박이윤의 귀로 흘러들어갔다.
순간 박이윤의 몸이 얼어붙었고 그는 이를 악문 채 뒤돌아 임서희에게 소리쳤다.
“내가 선택할 수 있었다면 난 가희 엄마의 배에서 태어났을 거예요! 난 아줌마가 필요 없어요!”
그러고 난 뒤 박이윤은 친엄마의 생사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단 한 순간의 주저도 없이 다시 통로를 기어가기 시작했다.
박이윤은 곧 맨홀 출구 쪽까지 가서 단단히 묶여 있는 밧줄을 붙잡고 빠르게 위로 올라갔다.
맨홀 밖.
박도운은 고장 난 모니터 장비를 수리하라고 지시하고 있었는데 그때 맨홀 입구에서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그는 경호원들을 밀쳐내고 고개를 들여다봤다. 그러자 온몸에 진흙을 뒤집어쓴, 초라할 만큼 어린아이가 어둠 속에서 뛰쳐나오는 걸 목격했다. 박이윤이었다.
“아빠!”
박이윤은 죽음의 공포에 쫓긴 듯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이윤아!”
박도운은 손을 뻗어 아들을 꽉 끌어안았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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