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심성 그룹이 무너지는 속도는 사람들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구현 그룹의 압박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심명준은 중요한 순간마다 연달아 잘못된 선택을 했다. 결국 심명준은 그룹의 통제권을 잃었을 뿐 아니라 개인 파산까지 선고받았다.
한때 항성에서 가장 화려하던 재계의 태자였던 남자는 이제 낡은 원룸에 세 들어 살며, 예전에 모아 두었던 수집품을 하나씩 팔아 겨우 하루를 버텼다. 낮에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밤에는 술병을 끌어안은 채 눈빛이 탁하게 흐려져 갔다.
허지연의 결말은 더 비참했다.
납치범 공모, 거액 사기, 문서 위조, 모함과 명예훼손까지 죄목이 줄줄이 엮이며 중형이 선고됐다. 다만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허지연의 정신 상태가 급격히 망가져 횡설수설이 잦아졌고, 감정 결과 중증 정신장애가 확인돼 사설 정신 요양원에서 관리 치료를 받게 됐다.
그런데... 허지연은 요양원에서 도망쳤다.
어느 날 저녁, 신유리는 늘 그랬듯 구연우가 붙여 준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구현 그룹 본사를 나섰다. 차가 비교적 한적한 구간에 접어든 순간, 브레이크가 고장 난 듯 날뛰는 오토바이가 미친 듯이 흔들리며 신유리의 차량으로 돌진했다.
“쾅!”
충격과 함께 차가 급정지했고, 신유리는 관성에 밀려 이마를 좌석 등받이에 부딪혔다. 눈앞이 빙글 돌며 귀가 멍해진 그때, 오토바이에서 뼈만 남은 듯한 그림자가 뛰어내렸다. 헝클어진 머리칼, 벌겋게 충혈된 눈, 손에 쥔 칼날이 가로등 빛을 받아 번뜩였다.
“신유리, 네가 날 다 망쳐버렸어. 죽어!”
허지연은 미친 듯이 차창에 칼을 내리쳐댔다. 유리창이 금이 가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렸고, 신유리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경호원들이 즉시 내려 허지연을 막아섰지만, 허지연은 미쳐 있는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힘으로 버텼다. 허지연이 팔을 뿌리치고 다시 신유리에게 달려드는 그 찰나, 거리 모퉁이에서 누군가가 비틀거리며 뛰어들었다.
심명준이었다.
수염이 덥수룩하고 옷은 너덜너덜했지만 허지연의 칼끝이 신유리를 향하는 순간, 심명준의 눈에는 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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